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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다> 이경신의 도서관 나들이(45) 과식의 시대, 좋은 편식이 대안
“검소한 생활을 하고 검소한 식사를 하는 것이 여러 가지 점에서 더 아름답게 생각되었다. (…)자기의 고매한 능력, 시적인 능력을 진정 최고의 상태로 유지하려고 하는 사람은 육식을 특히 삼가고 어떤 음식이든 많이 먹는 것을 피하는 경향이 있음을 나는 알고 있다.” (헨리 데이빗 소로우 <월든> ‘보다 높은 법칙들’ 중에서)
가까운 도서관에서 책을 구할 수가 없어서, 이번에는 집에서 제법 멀리 떨어져 있는 도서관을 찾아야 했다. 차량이 붐비는 큰 도로 가를 한참 동안 걸은 탓도 있겠지만, 기온도 제법 많이 올라서 돌아오는 길에는 기운이 쭉 빠졌다. 마침 식당이 즐비한 중심가를 지나는 중이기도 했고, 점심때라서 동반한 친구가 배고프다는 소리도 외면하기 어려워, 마지못해 외식을 택했다.
식당을 들어설 때는 조금 먹고 나오려 했는데, 메뉴 판을 펼쳐 든 순간, 우리는 과식의 유혹에 넘어갔다. 돈을 조금 더 지불하면 식사의 다양성을 더할 수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이러한 전략 외에도 과식으로 이어지는 식당의 돈벌이 전략은 다양하다. 예전에는 각각 따로 돈을 내야 했던 두 가지 음식의 양을 조금씩 줄여 하나로 만든 후 가격을 올린 분식, 일정한 돈을 내면 무한정 먹을 수 있는 뷔페, 다 먹기도 어려운 온갖 종류의 반찬을 내놓고 비싼 가격을 책정한 한정식 등.
식사가 끝났을 때 배고픔은 사라졌지만, 지나친 포만감이 불쾌감을 불러왔다. 늦은 저녁까지 속이 더부룩했다.
설탕, 지방, 소금의 유혹
▲ 데이비드 A. 케슬러 <과식의 종말>(문예출판)
이처럼 1인분의 음식 량이 과하다는 것도 내가 외식을 피하는 이유이지만, 자극적인 음식을 과도하게 먹어야 한다는 것이 더 큰 부담이다.
<과식의 종말>(문예출판, 2009)의 저자인 데이비드 A. 케슬러는 다양한 음식들이 주변에서 넘쳐나고 그것들을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환경이 우리의 과식을 조장하고 비만을 부른다고 지적한다. 뿐만 아니라 외식이 필요이상으로 당분, 지방, 염분을 섭취하도록 만든다는 것이 문제라고 본다.
원래 우리가 좋아하는 맛은 설탕, 지방, 소금이 결합해서 낸 맛으로, 우리는 이 세 가지 요소가 적절히 결합된 음식을 맛있다고 느낀단다. 이런 음식은 우리 뇌 속에서 ‘엔돌핀'으로 알려져 있는 ‘오피오이드(opioid)’라는 화학물질을 분비해서 고통과 스트레스를 줄여줘 마음을 진정시키며 기분 좋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처럼 음식을 먹고 기분 좋았던 경험에 대한 기억이 쌓여, 맛 좋은 음식에 대한 작은 단서만 발견해도 먹고 싶은 욕구에 붙들린다. 예를 들어, 맛난 음식을 먹었던 레스토랑 곁을 지나거나 그 음식의 냄새를 맡거나 그것을 먹을 때 들었던 소리만 들려도 군침이 흐른다.
간단히 정리해 보면 설탕, 지방, 소금의 멋진 결합에 대한 단서가 우리 뇌 속에서 ‘도파민’이라는 화학물질을 분비시키고, 이 물질이 우리 속에 먹고 싶다는 욕구를 불러 일으켜 먹게 만든다. 그리고 먹는 동안 ‘오피오이드’가 분비되어 계속해서 먹게 된다. 이런 경험이 다시 단서가 되어 앞의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다. 쾌감의 보상이 컸던 음식이라면, 우리는 단서에 사로잡히자마자 어떤 장애물에도 굴하지 않고 원하는 쾌감을 얻기 위해 맹렬히 애쓴다.
저자는 “고당분, 고지방, 고염분 음식이 뇌의 생물학적 회로를 바꾼다”는 점이 문제라고 주장한다. 자극 받은 음식을 먹는 행위를 반복하는 과정 속에서 음식에 대한 습관이 형성된다. 습관이 된 다음엔 더는 음식에 대한 통제력을 갖지 못한다. 게다가 이전과 같은 쾌감에 대한 보상을 얻기 위해서 점점 더 달고, 기름지고, 짠 음식을 찾게 되는 악순환에 빠진다는 것이다.
과식을 조장해 돈을 버는 식품산업
외식업계는 바로 이점을 노린다. 우리가 음식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해 과식하도록 유도하고, 계속해서 자극적인 음식을 찾도록 우리를 길들인다.
설탕, 지방, 소금을 적절히 배합해서 소비자가 빠져드는 맛을 만들고, 향기와 외관으로 유혹하며, 일상에서 해방되는 듯한 분위기를 조성해서 음식에 탐닉하도록 한다. 또 부드러움, 바삭함, 사르르 녹는 느낌, 매끄럽게 목 안으로 넘어 가는 것, 기분 좋은 뒷맛, 달콤한 향내, 쫄깃함, 눈길을 끄는 광택 등, 음식과 관련한 다감각 효과를 최대한 낼 수 있도록 복잡한 음식을 만들어 다수의 마음을 끈다. 씹기 쉽고 삼키기 쉽도록, 즉 먹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가공 처리해서 포만감을 주지 않으면서도 더 먹고 싶게 한다.
식품산업은 이윤추구에 도움이 된다면 설탕, 지방, 밀가루라는 값싼 재료로 고당분, 고지방, 고염분 음식을 생산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화학물질이나 가공품으로 감각적 매력을 더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고기보다는 고기 맛 향료를, 과일보다는 인공 과일 향을, 버터보다는 버터 맛 액체를, 치즈보다는 치즈 맛 가루를, 마늘보다는 마늘 농축액을, 토마토보다는 토마토 농축액을, 달걀 대신 달걀 분말을 첨가한다.
애초에 소비자의 건강 따위는 관심이 없으니, 감각적 욕구만 만족시키면 된다고 여긴다. 소비자의 건강을 생각하는 것처럼 보일 때조차 이윤을 늘리기 위한 몸짓에 불과하니 건강한 먹을 거리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좋은 식습관을 길들이는 법
넘치는 식당과 편의점, 자동판매기가 도처에 깔려 있는 오늘날의 도시환경 속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먹을 거리가 설탕, 지방, 염분의 혼합물에 화학첨가물까지 더해져 가공 처리된 식품이라는 사실, 이러한 음식물이 스트레스와 긴장의 연속인 도시생활 속에서 불편한 감정을 삭히고 나쁜 기분을 풀려는 사람들의 정서와 감각을 겨냥한 돈벌이에 한 몫하고 있다는 사실, 뿐만 아니라 우리를 만족시키는 이런 음식이 결국 과식하는 습관을 불러 비만을 야기시키고, 급기야 만성질환을 유발해 우리의 삶을 망가뜨린다는 사실.
이 모든 사실을 다 알고 있으면서도 건강에 나쁜 음식을 포기하지 못하고, 게다가 과식까지 할 정도로 통제력을 상실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살을 찌우고 빼기를 반복해 온 저자는 오늘날과 같은 상황에서 정상적인 음식 습관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그는 우리가 나쁜 식습관을 버리고 새로운 식습관을 형성할 수 있다고 믿는다.
우선 새로운 습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내가 지금 먹고 있는 것들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인식하고 주의를 기울이는 일부터 시작하라고 권한다. 곧이어, 단서가 될 수 있는 것을 피해 습관적인 행동을 바꾸고, 기존의 식습관에 부정적 의미를 부여해 생각을 바꾸면서 새로운 보상을 찾아보라고 충고한다.
그토록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먹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 중인 내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아이스크림이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과 같은 만성질환을 야기하기 때문에 건강에 나쁜 음식임을 주지하고, 아이스크림 가게가 나타나도 못 본 척하고, 아이스크림을 먹고 심하게 배탈이 났던 경험을 떠올려 본다. 아이스크림 대신 엿이나 제철과일을 먹기로 한다.
결국 행동과 생각에 변화를 주고 새로운 보상을 찾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새로운 식습관이 굳어지도록 노력하자는 것이다. 다만, 잘못된 식습관을 개인의 의지력 결핍으로 몰아세우지 말고 지속적으로 새로운 습관을 형성해 나갈 수 있도록, 또 음식이 기본적으로 생존을 위한 것임을 자각할 수 있도록 주변의 격려와 도움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덧붙인다.
내게 맞는 검소한 식사
그러면, 도대체 어떤 식습관이 좋은 식습관일까? 그러고 보면, 예전부터 어른들로부터 골고루 먹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를 수없이 들어왔다. 그러나 <초라한 밥상>(참솔, 1995)을 권하는 영양사, 마쿠우치 히데오는 우리에게 좋은 편식을 권한다.
흔히 영양이 고루 균형 잡힌 식사가 좋다고 하지만, 어느 누구도 영양의 균형을 어떻게 잡아야 잘 잡는 것인지 알지 못할 뿐만 아니라, 아무거나 가리지 않고 먹어서는 안 되는 것이 현실임을 꼬집는다. 흰 밀가루, 흰쌀, 흰 설탕과 같은 정제된 먹을 거리, 육류가공품, 과자, 탄산음료나 주스와 같은 가공식품, 설탕과 지방이 과도한 음식, 화학첨가물이 들어 있는 음식은 가려먹고, 육류와 유제품에 대한 미신은 버리라고 충고한다.
식단은 제철 음식, 근거리 지역음식으로 꾸리되, 지금 우리 생각에 초라할 수도 있는 밥상, 즉 현미밥(정제되지 않은 곡류)과 된장국(발효된 콩)을 기본으로 하여 삶은 채소를 곁들인 밥상을 권한다. 과일이나 생선을 먹을 때도 통째로, 즉 껍질과 내장까지 먹는다면 미네랄과 비타민이 부족할 수 없다고 잘라 말한다. 물론 오염되지 않은 먹을 거리여야 할 것이다.
항상 서둘러 먹어 체하곤 하는 나도 이처럼 정제되지 않은 먹을 거리를 통째로 먹어왔다면, 천천히 꼭꼭 씹어 먹는 습관, 과식하지 않고 적절히 먹는 습관이 몸에 배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두 저자 모두 각자의 기호, 체질, 환경이 다른 만큼, 모든 사람에게 꼭 맞는 ‘이상적인’ 식사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데 동의한다. 즉 ‘내게 맞는’ 좋은 식사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오늘날 모두가 피해야 할 식사는 존재하는 것 같다.
좋은 식습관을 갖는 것만으로 건강이 보장되지는 않겠지만, 건강한 삶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좋은 식습관을 가져야 한다. 또, 모두의 식사 내용이 똑같을 수는 없다고 할지라도, 누구에게나 조금 부족한 듯 검소한 식사는 우리 몸만이 아니라 정신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생각도 든다. 배고픔에 시달려도 좋은 생각을 갖기는 어렵지만, 포만감에 사로잡혀도 마찬가지다.
책을 덮으며,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러 갈 때는 외식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꼭 식사시간을 피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이경신)
* 여성저널리스트들의 유쾌한 실험 <일다> 즐겨찾기 www.ildaro.com
“검소한 생활을 하고 검소한 식사를 하는 것이 여러 가지 점에서 더 아름답게 생각되었다. (…)자기의 고매한 능력, 시적인 능력을 진정 최고의 상태로 유지하려고 하는 사람은 육식을 특히 삼가고 어떤 음식이든 많이 먹는 것을 피하는 경향이 있음을 나는 알고 있다.” (헨리 데이빗 소로우 <월든> ‘보다 높은 법칙들’ 중에서)
가까운 도서관에서 책을 구할 수가 없어서, 이번에는 집에서 제법 멀리 떨어져 있는 도서관을 찾아야 했다. 차량이 붐비는 큰 도로 가를 한참 동안 걸은 탓도 있겠지만, 기온도 제법 많이 올라서 돌아오는 길에는 기운이 쭉 빠졌다. 마침 식당이 즐비한 중심가를 지나는 중이기도 했고, 점심때라서 동반한 친구가 배고프다는 소리도 외면하기 어려워, 마지못해 외식을 택했다.
식당을 들어설 때는 조금 먹고 나오려 했는데, 메뉴 판을 펼쳐 든 순간, 우리는 과식의 유혹에 넘어갔다. 돈을 조금 더 지불하면 식사의 다양성을 더할 수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이러한 전략 외에도 과식으로 이어지는 식당의 돈벌이 전략은 다양하다. 예전에는 각각 따로 돈을 내야 했던 두 가지 음식의 양을 조금씩 줄여 하나로 만든 후 가격을 올린 분식, 일정한 돈을 내면 무한정 먹을 수 있는 뷔페, 다 먹기도 어려운 온갖 종류의 반찬을 내놓고 비싼 가격을 책정한 한정식 등.
식사가 끝났을 때 배고픔은 사라졌지만, 지나친 포만감이 불쾌감을 불러왔다. 늦은 저녁까지 속이 더부룩했다.
설탕, 지방, 소금의 유혹
▲ 데이비드 A. 케슬러 <과식의 종말>(문예출판)
이처럼 1인분의 음식 량이 과하다는 것도 내가 외식을 피하는 이유이지만, 자극적인 음식을 과도하게 먹어야 한다는 것이 더 큰 부담이다.
<과식의 종말>(문예출판, 2009)의 저자인 데이비드 A. 케슬러는 다양한 음식들이 주변에서 넘쳐나고 그것들을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환경이 우리의 과식을 조장하고 비만을 부른다고 지적한다. 뿐만 아니라 외식이 필요이상으로 당분, 지방, 염분을 섭취하도록 만든다는 것이 문제라고 본다.
원래 우리가 좋아하는 맛은 설탕, 지방, 소금이 결합해서 낸 맛으로, 우리는 이 세 가지 요소가 적절히 결합된 음식을 맛있다고 느낀단다. 이런 음식은 우리 뇌 속에서 ‘엔돌핀'으로 알려져 있는 ‘오피오이드(opioid)’라는 화학물질을 분비해서 고통과 스트레스를 줄여줘 마음을 진정시키며 기분 좋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처럼 음식을 먹고 기분 좋았던 경험에 대한 기억이 쌓여, 맛 좋은 음식에 대한 작은 단서만 발견해도 먹고 싶은 욕구에 붙들린다. 예를 들어, 맛난 음식을 먹었던 레스토랑 곁을 지나거나 그 음식의 냄새를 맡거나 그것을 먹을 때 들었던 소리만 들려도 군침이 흐른다.
간단히 정리해 보면 설탕, 지방, 소금의 멋진 결합에 대한 단서가 우리 뇌 속에서 ‘도파민’이라는 화학물질을 분비시키고, 이 물질이 우리 속에 먹고 싶다는 욕구를 불러 일으켜 먹게 만든다. 그리고 먹는 동안 ‘오피오이드’가 분비되어 계속해서 먹게 된다. 이런 경험이 다시 단서가 되어 앞의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다. 쾌감의 보상이 컸던 음식이라면, 우리는 단서에 사로잡히자마자 어떤 장애물에도 굴하지 않고 원하는 쾌감을 얻기 위해 맹렬히 애쓴다.
저자는 “고당분, 고지방, 고염분 음식이 뇌의 생물학적 회로를 바꾼다”는 점이 문제라고 주장한다. 자극 받은 음식을 먹는 행위를 반복하는 과정 속에서 음식에 대한 습관이 형성된다. 습관이 된 다음엔 더는 음식에 대한 통제력을 갖지 못한다. 게다가 이전과 같은 쾌감에 대한 보상을 얻기 위해서 점점 더 달고, 기름지고, 짠 음식을 찾게 되는 악순환에 빠진다는 것이다.
과식을 조장해 돈을 버는 식품산업
외식업계는 바로 이점을 노린다. 우리가 음식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해 과식하도록 유도하고, 계속해서 자극적인 음식을 찾도록 우리를 길들인다.
설탕, 지방, 소금을 적절히 배합해서 소비자가 빠져드는 맛을 만들고, 향기와 외관으로 유혹하며, 일상에서 해방되는 듯한 분위기를 조성해서 음식에 탐닉하도록 한다. 또 부드러움, 바삭함, 사르르 녹는 느낌, 매끄럽게 목 안으로 넘어 가는 것, 기분 좋은 뒷맛, 달콤한 향내, 쫄깃함, 눈길을 끄는 광택 등, 음식과 관련한 다감각 효과를 최대한 낼 수 있도록 복잡한 음식을 만들어 다수의 마음을 끈다. 씹기 쉽고 삼키기 쉽도록, 즉 먹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가공 처리해서 포만감을 주지 않으면서도 더 먹고 싶게 한다.
식품산업은 이윤추구에 도움이 된다면 설탕, 지방, 밀가루라는 값싼 재료로 고당분, 고지방, 고염분 음식을 생산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화학물질이나 가공품으로 감각적 매력을 더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고기보다는 고기 맛 향료를, 과일보다는 인공 과일 향을, 버터보다는 버터 맛 액체를, 치즈보다는 치즈 맛 가루를, 마늘보다는 마늘 농축액을, 토마토보다는 토마토 농축액을, 달걀 대신 달걀 분말을 첨가한다.
애초에 소비자의 건강 따위는 관심이 없으니, 감각적 욕구만 만족시키면 된다고 여긴다. 소비자의 건강을 생각하는 것처럼 보일 때조차 이윤을 늘리기 위한 몸짓에 불과하니 건강한 먹을 거리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좋은 식습관을 길들이는 법
넘치는 식당과 편의점, 자동판매기가 도처에 깔려 있는 오늘날의 도시환경 속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먹을 거리가 설탕, 지방, 염분의 혼합물에 화학첨가물까지 더해져 가공 처리된 식품이라는 사실, 이러한 음식물이 스트레스와 긴장의 연속인 도시생활 속에서 불편한 감정을 삭히고 나쁜 기분을 풀려는 사람들의 정서와 감각을 겨냥한 돈벌이에 한 몫하고 있다는 사실, 뿐만 아니라 우리를 만족시키는 이런 음식이 결국 과식하는 습관을 불러 비만을 야기시키고, 급기야 만성질환을 유발해 우리의 삶을 망가뜨린다는 사실.
이 모든 사실을 다 알고 있으면서도 건강에 나쁜 음식을 포기하지 못하고, 게다가 과식까지 할 정도로 통제력을 상실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살을 찌우고 빼기를 반복해 온 저자는 오늘날과 같은 상황에서 정상적인 음식 습관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그는 우리가 나쁜 식습관을 버리고 새로운 식습관을 형성할 수 있다고 믿는다.
우선 새로운 습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내가 지금 먹고 있는 것들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인식하고 주의를 기울이는 일부터 시작하라고 권한다. 곧이어, 단서가 될 수 있는 것을 피해 습관적인 행동을 바꾸고, 기존의 식습관에 부정적 의미를 부여해 생각을 바꾸면서 새로운 보상을 찾아보라고 충고한다.
그토록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먹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 중인 내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아이스크림이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과 같은 만성질환을 야기하기 때문에 건강에 나쁜 음식임을 주지하고, 아이스크림 가게가 나타나도 못 본 척하고, 아이스크림을 먹고 심하게 배탈이 났던 경험을 떠올려 본다. 아이스크림 대신 엿이나 제철과일을 먹기로 한다.
결국 행동과 생각에 변화를 주고 새로운 보상을 찾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새로운 식습관이 굳어지도록 노력하자는 것이다. 다만, 잘못된 식습관을 개인의 의지력 결핍으로 몰아세우지 말고 지속적으로 새로운 습관을 형성해 나갈 수 있도록, 또 음식이 기본적으로 생존을 위한 것임을 자각할 수 있도록 주변의 격려와 도움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덧붙인다.
내게 맞는 검소한 식사
▲ 마쿠우치 히데오 <초라한 밥상>(참솔, 1995)
그러면, 도대체 어떤 식습관이 좋은 식습관일까? 그러고 보면, 예전부터 어른들로부터 골고루 먹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를 수없이 들어왔다. 그러나 <초라한 밥상>(참솔, 1995)을 권하는 영양사, 마쿠우치 히데오는 우리에게 좋은 편식을 권한다.
흔히 영양이 고루 균형 잡힌 식사가 좋다고 하지만, 어느 누구도 영양의 균형을 어떻게 잡아야 잘 잡는 것인지 알지 못할 뿐만 아니라, 아무거나 가리지 않고 먹어서는 안 되는 것이 현실임을 꼬집는다. 흰 밀가루, 흰쌀, 흰 설탕과 같은 정제된 먹을 거리, 육류가공품, 과자, 탄산음료나 주스와 같은 가공식품, 설탕과 지방이 과도한 음식, 화학첨가물이 들어 있는 음식은 가려먹고, 육류와 유제품에 대한 미신은 버리라고 충고한다.
식단은 제철 음식, 근거리 지역음식으로 꾸리되, 지금 우리 생각에 초라할 수도 있는 밥상, 즉 현미밥(정제되지 않은 곡류)과 된장국(발효된 콩)을 기본으로 하여 삶은 채소를 곁들인 밥상을 권한다. 과일이나 생선을 먹을 때도 통째로, 즉 껍질과 내장까지 먹는다면 미네랄과 비타민이 부족할 수 없다고 잘라 말한다. 물론 오염되지 않은 먹을 거리여야 할 것이다.
항상 서둘러 먹어 체하곤 하는 나도 이처럼 정제되지 않은 먹을 거리를 통째로 먹어왔다면, 천천히 꼭꼭 씹어 먹는 습관, 과식하지 않고 적절히 먹는 습관이 몸에 배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두 저자 모두 각자의 기호, 체질, 환경이 다른 만큼, 모든 사람에게 꼭 맞는 ‘이상적인’ 식사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데 동의한다. 즉 ‘내게 맞는’ 좋은 식사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오늘날 모두가 피해야 할 식사는 존재하는 것 같다.
좋은 식습관을 갖는 것만으로 건강이 보장되지는 않겠지만, 건강한 삶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좋은 식습관을 가져야 한다. 또, 모두의 식사 내용이 똑같을 수는 없다고 할지라도, 누구에게나 조금 부족한 듯 검소한 식사는 우리 몸만이 아니라 정신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생각도 든다. 배고픔에 시달려도 좋은 생각을 갖기는 어렵지만, 포만감에 사로잡혀도 마찬가지다.
책을 덮으며,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러 갈 때는 외식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꼭 식사시간을 피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이경신)
* 여성저널리스트들의 유쾌한 실험 <일다> 즐겨찾기 www.ilda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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