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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다] 이경신의 도서관나들이(44) 약에 얽힌 진실④ 
  
요즘 사람들 치고 약의 도움을 받지 않은 사람은 없을 듯하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평생을 약에 의존해 생명을 유지하기도 한다. 항생제 덕분에 살아날 수 있었던 나도 약의 고마움을 잘 알고 있다.
 
문제는 약에 대해 무작정 신뢰를 보내며 조금만 아파도 약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사람들은 약에 대해 깊은 관심이 없다. 자신이나 가족이 약 알레르기에 시달리거나, 약의 부작용으로 심각한 고통을 겪게 될 때야 비로소 약의 정체가 궁금해진다. <약이 병을 만든다>(소담, 2007)를 쓴 저자 이송미만 해도, 아토피로 고통 받던 어머니를 간병하다가 약의 진실을 깊숙이 파고들게 된 경우에 해당된다. 평생 약에 매달려 사셨던 어머니 때문에 내가 약에 민감해진 것과 비슷하다.
 
부작용 없는 약은 없다
 
사실 사람들이 약을 믿고 칭송하게 된 것은 페니실린과 같은 항생제 덕분이다. 항생제가 등장함으로써 약물치료와 수술치료에 도움을 줘, 수많은 인명을 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약이 아무리 대단한 효과를 발휘해 왔다 해도, ‘부작용 없는 약은 없다’는 것이 약의 진실이다. 멜빈 코너는 <현대의학의 위기>(사이언스북스, 2001)에서 “약물이 효과가 있다고 해도 불편하고 위험하며 부분적”이라고 털어놓는다. 대단한 약조차 부작용 없는 이상적인 약은 아니라는 것이다.
 
나는 어린 시절 페니실린으로 목숨을 구했지만, 성인이 된 후 페니실린 알레르기에 시달리고 있다. 또, 장 내 유용한 균들을 죽여 버린 항생제 처방 때문에 얼마나 오랫동안 소화장애로 힘들었던가! 모든 약이 부작용이 있다면 당연히 마르시아 안젤의 지적대로 저절로 낫는 병, 사소한 질병은 치료하지 않는 편이 나을 것이다.
 
임상시험에 대한 승인 기간이 짧아지고 있는 요즘이라면, 시판 후 부작용이 알려지는 신약은 더욱 신뢰하기 어려운 위험한 약이 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승인 받은 약에 대한 시판 후의 연구과정인 ‘제 4상’에 대한 의존도가 점차로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약의 장기적인 효과를 알아보기 위함이라고 하지만, 일반인을 대상으로 알려지지 않은 부작용을 찾는 것이 ‘제 4상’이라 볼 수 있다. 우리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 신약을 이용함과 동시에 임상시험의 실험대상이 되고 있다.
 
약 권하는 사회

▲ 이송미의 <약이 병을 만든다>(소담, 2007)

 
항생제, 백신, 진통제, 마취제 등과 같은 약의 혜택을 인정하더라도, 약은 우리의 건강을 위협할 정도로 충분히 위험할 수 있다. 또 약이 기대한 만큼 질병을 고치는 데 효과적이지 못한 경우도 허다하다. 오늘날 성행하는 만성질환에 처방되는 약들만 봐도 모두 증상 완하제일 뿐 치료제는 아니라고 하니, 약물에 기대서 병을 벗어날 수는 없는 것도 당연하다. 치명적인 질환은 또 어떤가? 이 경우에 우리를 회복시키는 약물치료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왜 이같은 진실을 보지 못하고 신약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맹신하는 걸까?
 
신약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소비자가 출현한 것은 제약회사의 마케팅과 무관하지 않다. 당뇨처럼 식이요법과 운동으로 조절 가능한 질병도 약에 의존하게 하는 것이 제약회사의 전략이다. 좋지 못한 습관을 고치기보다 나쁜 습관에 빠져 약을 계속 사용하도록 부추기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거대 제약회사는 TV와 인쇄매체를 통한 신약광고에 돈을 쏟아 붓는다. 그 까닭은 의약품 소비자가 약에 친숙해져, 의사에게 광고에 나오는 약을 처방해달라고 요구하도록 만들기 위해서이다. 환자를 놓치고 싶지 않은 의사는 환자가 원하는 대로 처방해주기 마련이다. 수많은 치료법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특정 신약을 광고해서 소비자를 유혹하는 것만 보아도, 광고의 목적이 진실한 정보를 제공하려는 것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 수 있다.
 
신약 최대 소비국인 미국에서 건강하지 못한 사람들이 넘쳐나고, 오히려 약을 과용해서 건강을 잃는 사람이 늘어난다는 점을 미루어 볼 때, 신약이 건강을 보장하지 못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 약의 오용, 과용을 남의 나라 일로만 치부할 수 없게 되었다. 우리 정부가 서비스 산업을 선진화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면서, 5월 중으로 소화제, 해열제, 감기약 등 소위 ‘가정상비약’을 약국 이외의 곳, 즉 슈퍼마켓에서 심야시간 대나 휴일에도 구입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려고 한다. 나아가 ‘가정상비약’에 그치지 않고 일반의약품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한다.
 
이 소식을 접하면서,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본격적인 ‘약 권하는 사회’로 진입하려 한다는 우려를 떨칠 수가 없다. 어쩌면 미국처럼 병원에서조차 제약회사의 광고를 정보처럼 접하는 시절이 도래하지 않으리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 것인가.
 
무엇보다도 자연치유력을 살려야
 
멜빈 코너는 사람들이 약물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개인적인 습관을 고치거나 잘못된 사회환경을 바꿔서 고칠 수 있는 질병도 약물에만 의존한다고 지적한다.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서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약을 복용하고, 빈민가의 열악한 환경을 개선할 생각은 안 하고 약을 통해 해결하려는 사고방식이 문제라는 것이다.
 
국민 개개인의 건강을 진정으로 염려하는 정부라면, 국민들이 약에 의존하기 쉬운 사회 환경을 조성하기보다 자연치유력을 유지하고 회복시킬 수 있도록 도우려 애쓸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정부는 ‘약 권하는 사회’를 지향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말로 우리가 자기 건강을 지키고 싶다면, 우리 건강을 무작정 약에 내맡겨둘 수는 없을 것이다. 이송미와 같은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자. 현대인의 만성질환은 생활습관병으로 식생활 개선과 지속적인 운동 등과 같은 바른 생활을 실천함으로써 극복할 수 있는 것이지, 약에 의존해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제대로 알아야 할 때다. 오히려 약을 장기 복용하면, 자연치유력만 파괴될 뿐이다.
 
우리가 약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면역력을 유지, 회복해 질병을 견뎌내려면, 각자 ‘잘’ 살고 있는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안전하고 깨끗한 음식과 물을 적당량, 규칙적으로 섭취하고 있는가? 유해하지 않은, 위생적인 생활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는가? 자기 몸에 맞는 운동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가? 수면과 휴식을 적절히 취하고 있는가? 금연, 금주와 같은 좋은 습관을 길들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가? 생활이 규칙적이고 절제되어 있는가?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마음을 가지려고 애쓰고 있는가? 등등.
 
적극적이고 신중한 의약품소비자가 되자
 
그럼에도 약이 필요하다면, 우리는 병원과 의사에 주눅 든, 수동적인 의료소비자여서는 곤란하다. 약에 대한 폐해는 결국 소비자인 우리가 감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의약품 관련 지식과 정보를 적극적으로 찾아나서야 할 것이다.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줄 아는 환자가 되어야 한다.
 
이송미는 자신의 저서에서 잠재적인 임상시험 대상이 안 되려면, 시판 20년 후의 약을 사용하라고 권한다. 그만큼 신약 이용은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약을 장기 복용할 경우, 그 결과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부작용의 피해자가 되지 않으려면 약에 지나치게 의존해서도 안 되지만, 약품 감시를 게을리해서도 안 될 것이다. 특히 제약회사의 최고 수익을 보장하는 만성질환의 약들, 즉 콜레스테롤 저하제, 항우울제, 궤양약, 고혈압약, 빈혈약, 신부전증약, 심장약, 천식약 등은 조심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제약회사가 우리의 건강과민증, 건강강박증을 이용해 약을 판매하고 있다는 사실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또 우리가 약의 노예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현대인의 질병인 만성질환은 물질적 풍요가 안겨주었다는 것, 비록 소외계층의 질병이 나쁜 생활습관이나 중독에서 기인한다고 할지라도, 삶의 희망이 없는 사회환경이 질병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지적을 놓쳐서는 안될 것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고민하지 않으면서 위험한 약을 손쉽게 구입하도록 만드는 사회 서비스,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지 한번 곰곰이 짚고 넘어가자. (이경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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