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니스 조플린과 미셀 엔데게오첼로 지구상의 모든 존재들이 그렇듯 인간 또한 본질적으로는 자신에게 이름을 붙일 수 없는 존재 같아요. 태어날 때 붙여지는 이름부터, 살면서 늘어나는 정체성의 이름들까지…. 누군가 직업이나 학력, 출신지역을 묻기도 전에 제게는 다양한 차원에서 비롯되는 많은 이름들이 주어져 있지요. 아니 어쩌면 이름 자체보다는 거기에 담겨있는 내용들이 미리 앞서서 저를 규정하는지도 몰라요. 그런데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에게 붙여진 이름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나는 여자 혹은 남자이지만, 백인 혹은 아시아인이지만, 어떤 계급 출신, 어디 사람이지만 그게 내 전부를 설명하는 건 아니라고, 일상대화 속에서도 끊임없이 호소하잖아요. 낯선 집단의 대표적인 특징들을 이해한다는 건, 관계를 맺는 데 ..
급진적 미래를 꿈꾸다 아나키스트나 페미니스트들과 같이 각종 권위와 권력, 그리고 그에 기반을 둔 사회구조 자체를 의심하고 이에 저항하는 사람들은 ‘논리적 대안 없이 비현실적인 주장만 해대며 걸어 다니는 모순덩어리’ 혹은 ‘불가능한 저항만을 계속하는 현대의 프로메테우스’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구조 속에 자리잡고 있으면서 동시에 자신을 담고 있는 구조를 뒤흔드는 시도를 하려는 이들에게 ‘걸어 다니는 모순덩어리’와 같은 명찰은 불명예스러운 것이라기보다는 필연적인 것이다. 이 모순덩어리들이 만들어낸 수많은 문학작품들도 자신의 창조자처럼 현실의 벽에 부딪쳐 절망스럽고 모순적인 색채를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 반면에 SF(Science Fiction)는 우울한 현실의 중력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다양한 급진적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