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에게 맞지 않는 세상’은 가능할까?[이가현의 젠더 프리즘] 아빠 없이 살기로 하다 ※ 세상을 바라보는 20~30대 페미니스트들의 관점과 목소리를 싣는 ‘젠더 프리즘’ 칼럼입니다. 필자 이가현님은 불꽃페미액션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페미니스트 저널 나는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실시하는 성폭력 전문상담원 교육을 받고 있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성폭력에 대한 상담을 많이 요청해왔기 때문에 도움이 되고자 참여 신청한 것이었다. 그러나 막상 교육을 받다 보니, 내가 겪은 문제에 대한 감정과 감각들이 먼저 올라오기 시작했다. 교육 초기, 가정폭력과 관련된 동영상을 보면서 갑자기 눈물이 쏟아지고 강의에 집중하기가 어려워졌다. 지난 날 아빠에게 마구잡이로 맞았던 경험이 트라우마가 되어있었고, 그 날 봤던 동영상이 그..
섹스는 함께, 피임은 따로? 나의 피임 역사 ※ 글 쓰고 그림 그리고 퍼포먼스를 하는 예술가 홍승희 씨의 섹슈얼리티 기록, “치마 속 페미니즘” 연재입니다. -페미니스트 저널 # 거추장스러운 피임 첫 성경험을 할 때 나는 피임을 하지 않았다. 아니, 하지 못했다. 갑작스러운 섹스만으로도 혼란스러워서 피임은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섹스 후 다음 달 생리 예정일까지 나는 임신에 대한 불안과 걱정 속에 홀로 남겨졌다. 남자친구에게는 사랑의 추억으로 남았겠지만. 이후에도 그는 ‘임신은 그렇게 쉽게 되지 않는다’면서 콘돔을 하지 않고 성기를 삽입하고, 질외사정을 했다. 그의 몸에 자궁이 달려있어도 그는 그렇게 말했을까? 처음엔 나도 걱정되었지만 ‘설마 임신이 되겠어. 임신이 그렇게 쉽게 되는 것도 아니고’ 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