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명의 작가들이 쓴 『네가 좋은 집에 살면 좋겠어』 “이년 사이 왕창 오른 전세금을 융통하느라 고단했던 때에도, 이럴 바에 집을 사야 하나 다시 한번 깊게 고민을 했었다. 그때에 정말로 집을 샀다면 아이를 데리고 모로코에 사막을 보러 가지 못했겠지. 또, 우울증이 왔을 때 한 시간에 칠만 원씩 하는 심리상담을 받으러 다니지 못했을 것 같다. 그때 상담과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했으면 정말로 나는 죽었을지도 모른다. …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그렇다. 내가 선택한 것들, 선택하지 않았던 것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고 내 인생을 만들어왔다.” -구정인, ‘그때 집을 샀다면 사막에 별을 보러 가지 못했겠지’ 『네가 좋은 집에 살면 좋겠어』 (p.143) 나는 독립한 인간이다. 나도 이제 어느덧 자취 십이 년 차에 ..
[만만찮은 그녀들의 이야기] 여우누이 네가 좋은 집에 살면 좋겠어 제 삶을 따뜻하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여성 열두 명이 밀도 있게 들려주는 주거생애사이자, 물려받은 자산 없이는 나다움을 지키면서 살아갈 곳을 찾기 어려워 고개를 떨구는 독자들에게 조심스 www.aladin.co.kr 옛이야기에서 막내딸은 착하고 희생적인 인물로 그려질 때가 많다. 그런데 의 주인공은 이런 통념을 홀딱 뒤집는다. 그녀는 악당이다. 낮에는 ‘예쁜 짓’을 하고 ‘애교’를 부리는 부잣집 막내딸이지만, 한밤이 되면 붉은 꼬리와 이글대는 눈빛을 드러내고 야수로 돌변한다. 더 오싹한 것은 여느 여성 악당들과 달리 그녀에게는 피해자 서사가 없다는 점이다. 그녀는 자신이 겪은 젠더 폭력에 대해 복수하려는 ‘한 많은’ 여자가 아니며, 꼬집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