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정애 씨를 올바르게 지칭하기 위해서는 여러 겹의 언어가 필요하다. 그녀는 재일동포 3세다. 그냥 재일동포가 아니다. ‘조선’ 국적을 지키려 노력하는 여성이다. 여기에서 조선 국적이란 남북분단 이전의 조선으로 역사 속의 나라, 기호로서 조선이다. 그러니까 현행 국제법상 리정애 씨를 지칭하자면 그녀는 무국적자이며 난민인 셈이다. 분단 현실을 인정하고 남쪽과 북쪽 두 지역 중 하나를 선택해 ‘귀환’하면 국적을 취득할 수도 있다. 실제 리정애 씨는 일본과 한국, 북한을 오갈 때마다 국적 선택을 강요당한다고 한다. 그러나 리정애 씨는 두 나라 중 한 나라를 선택하는 것을, 선택하지 않기로 했다. 잃어버린 조선 국적을 지켜내기로 ‘선택’한 것이다. ▲(보리, 2010) 그 이면에는 국제적 권력관계에 의해 강제로 ..
코-카운셀러 재일조선인, 선진유를 만나다 “그때는 내가 ‘재일조선인’이라는 사실을 생각하는 것 자체를 포기했었다. 그런 생각은 내게 아무런 이익 될 것이 없다고 여겼다. 내 정체성에 대한 인식 자체를 지워버리게 된 것이다.” (선진유/ 32세 여성) 재일조선인, 정서적 친근감을 넘어 ‘이해’를 ▲ 재일조선인 코-카운셀러 선진유(32세)씨. © 일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북한 대표선수로 뛴 정대세 선수의 활약으로 인해, 국내에서 ‘재일조선인’에 대한 관심이 조금 커졌다. 그러나 한국인들이 재일동포에 대해 같은 민족으로서 정서적 친근감을 느낀다는 것 외에 재일조선인, 그들이 누구인지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재일조선인이 누구인지 이해하려면, 우리가 배우지 못한 많은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