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공간을 개조한 그 방, TV도 없었던 혜화동 나의 첫 집에서 “꿈은 이루어진다!”라고 중얼거렸지. “늙으면 나연이 데리고 시골에서 살아야겠다.” 평소 당신답지 않은 말을 했던 아빠, 그때 왜 그리 내가 끔찍하게 느껴졌던지……. 그때부터 너는 가출을 꿈꿨지. ‘혼자 살아야지, 내 의지를 실어서…….’ 넌 이런 생각을 했지. 막연했었니? 너 자신도 그 꿈의 성공을 의심했었니? 그 방에 너의 물건들을, 볼품없는 살림살이들을 들여놓기까지 행운도 따랐다고 생각해. 그래도 난 알아. 네 나름의 열정으로 준비했다는 걸, 배움을 찾고, 일을 찾았지. 2001년의 그녀, 정말 행복해보여. 그런데 지금의 그녀는 열정이 식은 것 같고, 행복지수가 떨어진 것 같고 귀차니즘이란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 같아. 그때나 지금이나 ..
[일다는 장애여성의 삶의 경험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통해, 사회를 바라보는 다른 시선과 다양한 인생관을 배우는 칼럼을 연재합니다. 필자 김효진님은 의 저자이며, 장애여성네트워크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고, 지혜로운 노년을 꿈꾸는 장애여성입니다. –편집자 주] 김효진의 다른 생각: 장애가 뭐길래 천성이 그리 치밀하지 못한 탓에 차분하게 계획을 세우는 것과는 늘 거리가 먼 연말연시를 보내곤 하지만, 올 연말은 특히나 정신 없이 보냈다. 단체랍시고 운영을 하다 보니 한해 사업을 마무리하기 무섭게 새로운 계획을 짜야 했고, 이런저런 외부활동들을 마무리하느라 12월을 딱 1주일 앞두고서야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활동가들의 헌신성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우리네 NGO들 사정이 바뀌지 않는 한, 앞으로도 차분히 사색하는 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