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교포 서사와는 다른, 이방인 ‘성’의 에세이현재진행형 트라우마 치유기 를 읽고 애인과 둘이 식당에 가면 나는 엉뚱한 곳에 신경을 곤두세운다. 식당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우리를 어떻게 대하는지 지켜본다. 대개는 나와 눈을 제대로 맞추지 않고 그에게 의사를 묻는다. 젊은 외국인 여성인 내가 독일어로 주문을 할 리 없다는 듯이. 계산을 할 때도 당연히 그가 지불할 것을 기대하는 모양새이다. 나는 그들의 선입견을 깨기 위해 ‘주문하고 지불하는 역할’을 자처한다. 심지어 더치페이를 할 때도 그에게 미리 돈을 건네받아 함께 낸다. 내가 지갑을 펼치면, 그를 향해 45도 각도로 몸을 돌리고 있던 사람은 아, 하고 미세한 탄성을 내며 내 쪽으로 자세를 고친다. 나는 왜 이런 ‘불필요한 디테일’에 신경 쓰게 되었을까..
‘선녀’의 날개옷과 바다표범 ‘셀키’의 가죽을 훔친 사회『난 커서 바다표범이 될 거야』 이야기의 힘을 믿으며 삶은 이야기를 통해 진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림책 『난 커서 바다표범이 될 거야』(니콜라우스 하이델바흐 글·그림, 김경연 옮김, 풀빛)의 아이는 이야기를 들으며 자란다. 아빠가 고기잡이 하느라 집을 비우는 날마다, 엄마는 아이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앵무조개, 이불문어, 인어와 해마, 구눈박이 장어, 도둑 달팽이처럼 바다에 사는 신비한 존재들의 이야기! 아이는 이야기에 푹 빠져들고 그때마다 엄마에게 놀란다. 어부의 아내는 헤엄치면 안 된다는 금기가 있다면서 엄마는 바닷물에 발 한번 담근 적이 없는데, 어떻게 바다 세상 이야기를 이토록 잘 알고 있을까? 하고 말이다. 아이는 엄마에게 바다표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