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라서 겪는 폭력을 말로 쌓아가야 하는 이유복기에서 선언으로, 이라영 작가의 책 지난 몇 달 전을 ‘복기’해본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죽음에 대한 예의 있는 애도는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연대를 예의 없는 것으로 만들었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모친상에 모여든 사람들의 행렬은 죽은 자에 대한 예의와 산자에 대한 예의는 양립 불가능한 것인가 고민하게 만들었다. 성폭력 피해자들의 심정을 상상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예의를 모르는 철없는 이야기가 되었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가 어떤 이들의 목소리에 더 감정이입을 하는지, 어떤 것을 더 인간적인 문제라 느끼는지 여실히 드러낸 순간이었다. 이라영 작가의 말대로 남성의 얼굴로 구성된 권력이 어떻게 여성의 목소리를 문화적으로 묵살시키는지 ‘예의 있게’ 잘 ..
“남자선생님들 기분 상하지 않게 강의해주세요”달리의 생생(生生) 성교육 다이어리: 학교의 젠더와 권력을 묻다 ‘말하기’ 자체가 도전인 십대들 몇 달 전, 10대 여성들과 성교육 동아리 활동을 함께하고 동아리에 참여한 소감을 쪽지로 받은 적이 있다. 나중에 쪽지를 확인하다가 어떤 참가자의 이야기에 가슴이 쿵, 했다. ‘선생님이 질문을 많이 하셨는데 대답을 제대로 못 한 점이 개인적으로 아쉽다. 다음에 또 (동아리 활동을) 한다면 답을 더 잘 해봐야지.’ 성교육 동아리 활동을 하며, 나는 참여한 학생들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다. 정답이 있는 ‘문제’를 낸 게 아니라 각자의 생각과 의견을 물은 것이었다. 내 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미디어에 나오는 성적 이미지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성폭력 문제에 관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