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안에 내 가게가 있다는 게 좋아 문양효숙 작가 ※망원시장 여성상인 9명의 구술생애사가 담긴 책 을 기록한 작가들의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필자 문양효숙씨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기록하고 책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페미니스트저널 바로가기 가끔, 마음이 한없이 가라앉을 때, 시장에 갔다. 무언가를 사고파는 분주한 움직임과 손님을 끌기 위한 상인들의 우렁찬 목소리 사이를 천천히 걷노라면 펄떡이는 에너지가 느껴졌다. 삶의 최전선에서 자신의 힘으로 수레바퀴를 굴리는 사람들만이 지닌 강인한 에너지, 백화점이나 마트에서는 느낄 수 없는 ‘제대로 살아있는’ 느낌이었다. 때로는 너무 강하고 거칠어 압도될 때도 있지만, 시장의 생기는 펄 속으로 가라앉는 듯한 삶을 깨우곤 했다. 그런 에너지가 만나고 모여 있는..
제주에서, 할망에게 길을 묻다2. 제주 할망과의 만남 ※ 노년여성들이 살아온 생의 이야기와 다양한 경험이 역사 속에 그냥 묻히지 않고 사회와 소통하며 다음 세대와 교류할 수 있도록, 노년여성을 만나 인터뷰 작업을 해 온 여성들의 기록을 10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할머니, 할머닌 다시 태어나면 뭐가 되고 싶어요?”“사람은 죽으면 끝. 다시 태어나면 무시것도(무엇도) 안 되어.”“저는, 사람 말고 큰 낭(나무)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이신디(있는데)….”“낭? 큰 낭은 인내하는 거주게(거지). 가지 끊어당(끊어다가) 사람 살리는 거 아니가? 좋은 생각이다만, 다시 태어날 생각 말고 지금부터 경(그렇게) 살라. 그추룩 베풀고 살당보민(그렇게 베풀고 살다보면) 부자 되곡 성공헌다. 경허고(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