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신의 도서관 나들이(52) 죽음에 대한 사색 유방암에 걸려 투병하던 중, 암이 폐로 전이되었다는 40대 여성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항암제에 내성이 생겨, 자신의 몸을 고통스러운 임상시험의 제물로 바치면서까지 처절하게 죽음과 싸우고 있다 했다. 죽음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려고 하는 것은 생명체의 자연스런 본능이니, 이 여성의 태도가 특별히 놀라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아 보이는 이 여성이 좋은 죽음, 평화롭고 존엄한 죽음의 기회를 놓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지금 죽을 순 없다 물론, 이 여성의 사례가 특별하거나 예외적인 것은 아니다.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익숙한 현실이다. 한 의사의 고백을 들어보자. “현실을 용감하게 직시하고 신체뿐 아니라 마음까지도 황폐화시킬 일체의 임상..
장애인 활동보조서비스 제도를 생각하다 [장애인 활동보조서비스가 가진 의미를, 당사자의 경험을 통해 섬세하게 고찰한 글을 소개합니다. 격월간지 2011년 9·10월호에 실린 글로, 박김영희님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입니다. -편집자 주] 다음 생에도 이 몸을 만날까 “다른 것 다 잊어도 좋습니다. 이것만은 꼭 기억해 주세요. 약속 시간을 꼭 지키셔야 합니다. 밤새도록 화장실 가고 싶었던 이용자가 당신이 올 때까지 시계만 보며 1분 1초 시간을 세우며 참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활동보조인 교육시간에 강조하는 말이다. 다양한 연령과 삶의 경험과 차이들이 존재하는 활동보조인들이 교육장에 앉아서 나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람들이 활동보조인으로 일하면서 과연 나의 이 말을 얼마나 기억할 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