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오리가 난다 생명의 명랑성① , 을 집필한 김혜련 작가의 새 연재가 시작됩니다. 여자가 쓰는 일상의 이야기, 삶의 근원적 의미를 찾는 여정과 깨달음, 즐거움에 대한 칼럼입니다. - 페미니스트 저널 1. “꽈악, 꽉, 꽈악꽈악 꽉꽉꽈아악~” 아직 어슴프레한 아침 공기를 가르며 소리가 온다. 그 소리에 잠자던 몸속에서 스멀거리며 무언가가 올라온다. 따뜻한 이불을 걷어내고 자리옷 차림으로 긴 담요 한 장을 몸에 두르고 집 앞의 양피못으로 간다. 오리들이다! 겨울이면 어김없이 오는 생명들. 오리 소리다. 수십 마리의 오리가 양피못에 앉아 유유히 물살을 가르고 있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십여 마리의 오리 떼가 왔다. 그 후로 해가 지나면서 점점 늘어 이제는 육칠십 마리가 떼 지어 온다. ▶ 못에서 노는 ..
그 시절 너와 나는 사랑했을까 이 시대의 사랑 꿈이 뭐냐고 물으면 그는 망설임 없이 ‘돈 많이 버는 사람’이라고 답했다. 자수성가해서 여러 채의 건물을 소유한 부모님을 닮고 싶다고 했다. 너희 부모님 때와 다르게 ‘노오력’만으로도 안 되는 게 있어, 내 말에 그는 그런 말은 핑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의 세계는 너무나 질서정연하고 또렷했다. 그는 원하는 상위권 대학교에 들어갔고, 경영학과에서 차곡차곡 스펙을 쌓았다. 1년 동안 편입을 준비하다가 떨어지기도 했지만, 그는 그 시기를 청춘이니까 겪을 수 있는 고비이자 도전으로 기념했다. 편입에 실패했을 뿐, 많은 부분이 그의 노력만큼 이뤄졌다. 스물한 살 때 나는 그와 처음 만났고, 3년 동안 연애를 했다. 그는 노래와 시로 사랑을 고백할 줄 알았고, 음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