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날, 내게 그림을 선물한 아이 책꽂이의 자료들을 정리하다가 에띠엔느가 ‘어머니의 날’ 나에게 선물했던 그림을 발견했다. ‘이게 여기 있었구나!’ 흐뭇한 미소로 그것을 바라보았다. 지금쯤 청소년이 되어있을 것이다. 에띠엔느는 프랑스에서 세 들어 살던 집의 세 아이들 중 둘째다. 수줍음이 많은 아이였지만, 자기네 현관 앞을 지나는 내 발소리를 들을 때마다 문을 열고 늘 먼저 인사하는 사람은 그였다. 또 그들 부모 대신 내가 저녁을 챙겨줄 때, 도우러 오는 아이도 에띠엔느뿐이었다. 요리를 하는 사람이 아버지였기 때문일까? 사내아이인 에띠엔느 외에 딸인 첫째 쥴리엣과 셋째 뤼시는 한번도 요리나 상 차리는 걸 도와준 적이 없다. 나는 직장 일에 바쁜 그들의 엄마를 도와, 아이들의 숙제를 봐주거나 저녁을 ..
유엔, 엠네스티 등 국제기구 “낙태 처벌규정 없애야” 한국사회는 지금 인공임신중절을 둘러싸고 법적 윤리적 정치적 논쟁이 불붙었다. 프로라이프 의사회가 ‘낙태 죄’ 혐의로 병원과 의사들을 고발하면서 생긴 일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이번 사태로 인해 지금까지 병원에서 비교적 안전하게 인공임신중절을 할 수 있었던 여성들의 상황이 급작스럽게 바뀌어버렸다는 것. 인공임신중절은 여성의 건강과 인생이 직결되어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안전한 중절시술을 받을 수 없게 된 상황에 놓인 여성들은 탁상공론을 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당사자의 목소리보다도 오히려 임신중절시술을 하는 의료진의 입장이나, “낙태는 살인”이라고 주장하는 특정 종교인들의 견해, 그리고 이 문제를 저출산 등 인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