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숙영의 Out of Costa Rica (12)* 코스타리카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필자 공숙영은 현지에서 마주친 다양한 인상과 풍경을 기록하고자 합니다 중남미의 ‘낙태’- 현실과 전망③ 2009년 3월 브라질의 아홉 살짜리 소녀가 임신을 하였습니다. 심각한 복통 때문에 병원에 간 소녀는 쌍둥이를 4개월째 임신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이렇게 된 것은 소녀의 의붓아버지 때문이었습니다. 스물 세 살의 의붓아버지는 소녀를 여섯 살 때부터 성폭행했고, 열네 살이며 장애가 있는 소녀의 언니까지도 성적으로 학대한 혐의를 받아 체포되었습니다. 이 사건의 파장과 논란은 브라질의 가톨릭교회를 곤혹스럽게 만들었지만, 교회는 원칙적인 입장을 고수하였습니다. “이는 슬픈 사건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어린 은행나무의 수난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에게서 삶의 경이를 느끼는 사람은 그다지 많아 보이지 않는다. 적어도 내가 느끼기에는 그렇다. 짚신벌레, 뱀, 나무에게서 누가 경이로움, 경외감, 존경 따위를 느낀단 말인가? 그러나 나는 학생들에게 이들도 경이로운 존재이며 이들의 생명을 구하는 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조안 말루프 아르고스, 2005) 그날 밤 나는 취침시간이 지났는데도 도저히 그냥 잠들 수 없었다. 그래서 책을 집어들고 천천히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위로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당혹감, 분노, 두려움이 뒤엉킨 복잡한 심리상태를 벗어나 마음의 평화를 얻고 싶었다. 어쩌면 책을 읽고 싶었다기보다 기도를 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전날 심은 은행나무가 그렇게 처참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