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만찮은 그녀들의 이야기] 우렁이 각시 구전설화 속 여성 서사를 찾아서 내게는 네 명의 어머니가 계시다. 1895년, 1919년, 1937년, 1939년에 각각 태어나신 할머니, 큰어머니, 엄마, 시어머니다. 내 몸과 마음은 이 분들의 합작품이다. 한 때는 ‘배운 여성이 되어 당신들처럼 살지 않겠다’고 몸부림쳤건만, 내 얼굴은 갈수록 그녀들을 닮아가고 있다. 나처럼 살지 않겠다는 1991년생 딸의 얼굴에도 그녀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우리들은 서로를 밀어내고 있지만 또 되풀이하기도 한다. 같은 이야기를 갖고 있는 것이다. 새삼 옛이야기를 다시 읽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렇게 오랜 세월 동안 그렇게 많은 여성들이 이어온 이야기가 아니라면 무엇이 우리 이야기겠는가. 옛이야기의 바다에서 ‘혐오로 가득한 막장 ..
[페미니스트의 책장] 자룡 작가 웹툰 『이대로 멈출 순 없다』 ※이 리뷰는 웹툰 『이대로 멈출 순 없다』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2021년의 봄, 학교폭력 문제가 연예계를 휩쓸고 갔다. 이 흐름은 학교폭력이라는 주제를 또 한 번 우리 사회에 끌어올렸지만 그 누구도, 그 무엇도 보호하지 못한 것 같다. 누구를 무엇으로부터 어떻게 보호해야 하는지, 학교폭력 문제의 해결이라는 게 무엇인지 논의하지 못했으니까. 우리는 학교라는 공간이 무엇인지조차 잘 모르는 게 아닐까? 언젠가 학교라는 곳은 정글 같다고 표현한 적이 있다. 다수의 타인을 한 공간에 놓지만 공존하는 법을 가르쳐주지 않는 곳. 학교 안에는 여러 가지 규칙이 있고 교칙이라는 형태로 연속적인 계승이 이루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