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앞에서 만나] 김미조 감독 〈갈매기〉 _신승은 글 ‘해일이 오는데 조개나 줍고 있다.’ 어떤 자가 말했다. 대의를 위해서 지금은 온 신경을 거기에 집중해야 할 때인데 페미니즘 같은 작은 조개를 줍고 있을 여력이 없다는 뜻이다. 여기서 말하는 ‘대의’는 과연 무엇일까. 페미니즘은, 여성의 일은 결코 ‘대의’가 될 수 없는 것일까. 위 발언은 수많은 비판을 받았다. 그래 마땅하다. 약자의 권리에서 우선순위를 나누기 시작하는 순간, 망하게 된다. 이 단순한 논리를 사회는 종종 잊는다. 한 씬 내에 서너 컷 이하로 촬영을 했다는 김미조 감독의 인터뷰에서 알 수 있듯, 영화는 서스펜스 대신 다소 지루할지라도 불안감을 자극하지 않고 카메라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오복을 바라본다. 김미조 감독의 이 방식..
한정현의 소설 『나를 마릴린 먼로라고 하자』 “세상에서 가장 추앙받고 가장 멸시당하는 사람이 마릴린 먼로인 것 같다고.”(185쪽) 마릴린 먼로가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 같은 영화에 출연해보고 싶다고 하자, 한 기자가 비아냥거리듯 물었다고 한다. “도스토예프스키 스펠링은 알아요?” 금발에 ‘백치미’ 캐릭터로 유명했고 사후에도 영원한 ‘섹스 심벌’로 박제된 듯한 마릴린 먼로는 사실 어디에나 책을 들고 다니는 독서광이었다. 그가 가장 아끼는 것은 자신이 소장한 수백 권의 책 목록이었다고 한다. 기자의 무례한 질문에도 마릴린 먼로는 웃으며 답했다. “혹시 그 책을 읽어봤나요? ‘그루센카’라는 매력적인 캐릭터가 나오는데, 나는 그 역할에 아주 잘 어울릴 거라고 생각해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지하철 환풍구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