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이야기] 자궁 초음파 검사를 받고서 난생 처음 초음파로 내 자궁을 봤다. 흐린 흑백 화면이라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의사는 연신 “저기 보이는 게 질이고, 여기가 자궁이고, 여긴 난소고…” 어쩌고 하는데, 정말이지 자궁이라는 이름이 가지는 스케일과 다르게 참 작은 기관이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그리고 생물 교과서에서 봤던, 성교육을 받을 때 봤던 자궁의 단면은 완벽한 5 대 5의 대칭을 이루는 아름다운 곡선을 가진 모습이었는데, 의사가 동그라미를 그려가며 얼추 그려준 내 자궁의 모습은 상당히 비대칭적이었다. 내가 알던 그림과 달라 나한테 문제가 있는가 싶어 잠시 놀랐다가 ‘아, 자궁도 사람마다 다를 테지.’ 하고 새삼 깨달았다. 사실 내게 자궁은 애물단지와도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아이를 낳을 일..
여성주의 저널 일다 www.ildaro.com "함께 자라나는 목소리들" 기록하는 사람, 낭미 10주년 기획 “나의 페미니즘”. 경험을 통해 여성주의를 기록하고 대안담론을 만듭니다. 이 연재는 한국여성재단 성평등사회조성사업 기금의 지원을 받습니다. www.ildaro.com 내가 만약 글을 쓴다면… 아직 나는 경상북도의 작은 도시에서 태어나 자랐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그곳은 “외지 참새가 오면 전깃줄에 앉을 자리도 없다”고 은근히 텃세가 있는 동네였다. 어릴 때는 반공교육을 받았고 ‘일어서는 갈대’나 ‘푸른 하늘에 붉은 구름이’ 같은 반공소설들을 숙제로 읽고 독후감을 썼다. 학교에선 의식화 운운하는 선생은 빨갱이라고 했다. 성공하려면 이곳에서 벗어나 서울로 올라가는 길밖에 없다는 말을 학교와 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