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아이는 낳을 수 있겠니?” 장애여성의 재생산 권리를 말하다 몇 년 전, 사귀고 있던 사람이 불쑥 물었다. “너, 애는 낳을 수 있겠냐? 네 몸으로 애를 낳으려면 뭔가 특수한 방법을 이용해야 하는 거 아냐?” 황당한 표정으로 멀뚱히 바라보니, 그 사람은 자못 진지한 얼굴로 자신은 장남이라 집안의 대를 이어야 하기 때문에, 애를 낳을 수 없는 여자와는 결혼할 수 없으니 미리 물어보는 거라고 했다. 당시 그 사람과는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거니와 결혼은 꿈에도 생각을 안 하고 있던 시기라, 내 입장에서는 정말 뜬금없는 질문이었다. 나는 그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고, 결국 그와의 만남은 오래 가지 못했다. ‘아이를 (정상적으로) 낳을 수 있냐’ 라는 것을 진지하게 연애의 전제 조건으로 보는 그 사람의 입..
마이 리틀 레드북 여성들의 이야기를 듣고 읽고 쓰는 사람, 안미선이 삶에 영감을 준 책에 관해 풀어내는 “모퉁이에서 책읽기”. 이 칼럼은 한국여성민우회 블로그 ‘민우트러블’에도 공동 게재됩니다. www.ildaro.com ‘첫 월경’ 하면 푸른 하늘에 펄럭이는 만국기가 먼저 떠오른다. 시골 초등학교 가을운동회 날이었고, 나는 그때 5학년이었다. 운동장에는 하얀 운동복을 입은 아이들이 몰려다녔고 난 대낮에 달리기경주를 했다. 이상했다. 그날따라 아랫도리가 몹시 따가웠다. 아침에 모처럼 받은 용돈으로 교문 앞에서 백 원짜리 뽑기를 할 때도, 풍선이며 바람개비를 구경하며 다닐 때도 그 불편한 느낌이 그치지 않았다. 결승점에 다다라 그 통증이 커진데다 속옷이 축축해진 느낌이 들었다. 화장실에 가서 보니 팬티 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