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명절 탈출기 다양한 가족, 다양한 명절 (홍승은) 명절이 되면 단체 카톡방이 쉼 없이 울린다. “얘들아, 명절은 쉬는 날이 아니었어. 나 오늘 하루 종일 일하다가 베란다에서 세탁기 잡고 울었다.” 2년 전 결혼한 친구의 메시지를 시작으로 다른 친구들의 증언이 속속히 울린다. 몇 달 전 결혼한 친구는 ‘남자친구’가 ‘남편’이 되자마자 태도가 확 바뀌었다며 하소연하고, 명절에 전만 부치다가 기름 냄새가 온 몸에 배어서 계속 속이 울렁거린다는 친구도 있다. 결혼하지 않은 친구의 사정도 다르진 않다. 아침부터 짜증내는 아빠 때문에 엄마가 중간에서 자신의 눈치를 봤다며 한숨 쉬거나, 남자는 거실에 여자는 부엌에 있는 구도를 더는 참을 수 없다며 분노한다. 올 설에도 어김없이 카톡 너머로 들려오는 친구들의 호..
결혼 고발 [기고] 아내이자 며느리가 되어본 후 알게된 것 (사월날씨) 결혼은 더 이상 사랑의 완성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그래도 사랑의 무덤이라고까지 생각하지는 않았다. 결혼으로 인해 의무와 책임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결혼 후 나의 일상을 구체적으로 알기엔 상상력이 부족했다. 주변 사람들과 인터넷을 통해 간접경험이 넘쳐났지만, 동시에 ‘설마 내 일이 되겠어’ 라는 게으른 오만 또한 넘쳤다. 그래서 결혼했다. 당시의 애인과 만난 지 5년이 넘어가고 있었고, 우리는 꽤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했다. 비관적이고 자기방어적인 성향 탓에 가장 행복한 순간에도 헤어짐에 대한 각오를 남겨두는 내가 어느 정도 마음을 놓을 수 있는 관계였다. 그는 내가 좀 더 자유롭고 용감하게 사는 것을 늘 지지해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