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은 내게 실존적 문제이다 선천적 비혼주의자 외롭지 않겠어요? 나는 비혼(非婚)주의자다. 비혼주의자라고 말하면 대번에 돌아오는 반응은 “외롭지 않아요?” 혹은 “나중에 외롭지 않겠어요?” 이다. 여자로 태어났으면 한 번쯤 결혼과 출산을 경험해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일장연설이 늘어지기도 한다. 매번 같은 질문과 일방적 훈화를 당하고 나서 나름대로 맞받아치는 레퍼토리가 생겼다. 때로는 대답하는 척하면서 내 쪽에서 다다다 몰아붙이기도 한다. “왜 비혼은 꼭 외로울 거라고 생각하세요? 기혼은 안 외로운가요. 인간은 원래 외로운 존재예요. 노후가 문제라면 남편에게 노후 보살핌을 받는 여성이 얼마나 되나요? 혼자 사는 여성이 더 건강하게 오래 산다는 통계도 있어요. 저는 결혼을 거부할 뿐이지, 끌리는 상대가 있으..
섹슈얼리티의 억압도 정치적인 것이다 혁명과 섹스② ※ 글 쓰고 그림 그리고 퍼포먼스를 하는 예술가 홍승희 씨의 섹슈얼리티 기록. (일다) feminist journal ILDA 여자 보기를 돌같이 하라? 동거하기 전, 우리는 자주 모텔에 갔다. 섹스할 곳이 없었으니까. 모텔은 비싸서 DVD방에서 황급히 일을 치르기도 했다. 어느 날 섹스 후 그가 말했다.“우리, 이제 너무 자주 모텔에 오지 말자.”“응. 왜요?”“사람들이 그렇게 볼 수도 있어. 혁명한다는 애가 여자랑 이런 데를 와? 하고 말이야.” 수긍했다. 모텔에서 나오는 길에 아는 사람과 마주칠 때 민망했으니까. 그런데 그의 말이 왠지 거북했다. 나는 그저 ‘여자’이고 우리가 교감하는 이곳은 ‘이런 데’일 뿐인가. ▶ ‘여자 보기를 돌같이 하라’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