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을 ‘상품화의 고리 밖으로’ 데리고 나가자『1389번 귀 인식표를 단 암소』가 던지는 질문 “가장 교묘하게 해를 끼치는 억압은 우리의 기본 일상과 마음 깊은 곳에 은밀하게 침투하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한다.” -마이클 파렌티(Michael Parenti) 페미니스트 동물연구가가 쓴 ‘어느 암소의 서사’ 황윤 감독의 영화 (2015)에서 아기 사람과 아기 돼지가 병치되던 도발적인 장면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케스린 길레스피가 쓴 책 『1389번 귀 인식표를 단 암소』는 아기 돼지만 암송아지로 대치했을 뿐, 그때 기억을 그대로 소환해주었다. 1389번 암소에게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 책 『1389번 귀 인식표를 단 암소』에 삽입된 이미지 1.1 S..
나는 촬영장에서 비건 메뉴를 요구할 수 있을까? 배우 손수현② 나는 연기를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이다. 많은 프리랜서가 그렇듯 나 역시 다양한 사람들과 시시각각 바뀌는 일터에서 일한다. 비건(vegan, 식물성 음식만 먹으며 동물을 희생시켜 얻은 의류나 동물실험을 거친 화장품 등도 사용하지 않음)을 지향하고 난 뒤, 나는 사람들과 만나 일을 하는 과정에서 합의해야 할 사항이 한 가지 더 추가되고 말았다. ‘오늘 뭐 먹지?’ 촬영 현장에 오는 밥차에는 보통 육류가 거의 주식으로 나오고 도시락을 먹으려 해도 거의 모든 반찬이 육류로 만들어진다. 중심지를 조금만 벗어나면 먹을 수 있는 것은 더 줄어든다. 보통 지정된 밥집에서 밥을 먹게 되는데 비건 식당일 리 없다. 그렇게 되면 한정된 메뉴에서 논-비건인 반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