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눈 뜨거운 심장, 세상을 아우르는 “2015 SeMA Green: 윤석남 심장”전 책을 펼칠 때면 책 날개를 슬며시 들춰본다. 환히 펼쳐서 정독하지는 못하고 속독 후 본문으로 들어간다. 전시 도록을 받아 볼 때에도 작품 한 점을 유심히 보는 시간만으로도 아까울 텐데 작가 이력에 눈이 간다. 세속적인 방식이라고 느끼면서도 그이가 특별한 사람이라 여기게 되면 특별한 자취를 찾고만 싶다. 기어이 그 자취를 찾아내면 나의 평범함에 조금은 위안이 된다. ‘그는 다르게 살았으니까 지금 이목이 집중되고 존경 받는 건 합당하지.’ 만약 특별한 게 없어 보이면 간혹 실망하기도 한다. 그리고 비합리적인 의혹인 걸 알면서도 작품이 평범해 보이기도 한다. 이런 잔망스러운 관심이 실례겠지만 윤석남(76)은 대단히 특별한 ..
‘모성의 덫’에 걸린 대한민국 엄마의 삶 숱한 칭찬과 협박 속에서 나는 거의 매일 15개월 된 둘째를 데리고 이런 저런 이유로 외출을 한다. 겨울에 외출하자면 준비가 이만 저만이 아니다. 쪼꼬맹이는 장갑 끼는 것을 귀찮아한다. 그래서 끼우지 않고 외출하면 열에 아홉은 겪는 일이 있다. 마을버스에서 생면부지의 누군가가 대뜸 “에고야, 아가 손 다 얼겠네. 엄마가 장갑 안 껴 주던? 아이고 우리 아기 불쌍해라” 한다. 멀뚱멀뚱 내릴 순간만을 기다리다 후다닥 내리며 ‘추우려나’ 싶어 가방에 넣어온 장갑을 다시 끼운다. 이젠 됐다 싶어 지하철을 타니, 역시 생면부지의 또 누군가가 “아구 귀여워라. 근데 애 땀띠나. 우리 아가 엄마 때문에 덥지. 까꿍” 한다. 엄마 8년차, 애가 둘이다 보면 멘붕도 사치스럽다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