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을 만나러 가는 길 (14) 만나고 싶지 않다는 딸의 편지를 받고도 매달리지 않는 나를 보며 어머니는, “아휴! 아이를 키우지 않아, 모성애라고는 없어서…” 라고 탄식의 말씀을 하셨다. 그 말이 맞는지도 모른다. 게다가 아이를 키우지 않았기 때문에 딸과 관계를 풀어나가는 것도 서툴렀던 것 같다. 많은 여성학자들은 주장한다. 모성애란 타고난 것이 아니라 아이를 낳고 기르는 과정을 통해 형성된다고. 그렇다면 나도 모성애가 전혀 없는 사람이라고는 할 수 없겠다. 임신과 출산, 그리고 1년 반 남짓 되는 양육을 경험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모성애는 이 정도의 경험으로는 충분하게 형성되지 않나 보다. 만나고 싶지 않다는 아이의 편지를 받고도 찾아가 나를 설명하지 않았고, 만나야 한다며 쫓아다니지도 않았다. 처음에..
유엔, 엠네스티 등 국제기구 “낙태 처벌규정 없애야” 한국사회는 지금 인공임신중절을 둘러싸고 법적 윤리적 정치적 논쟁이 불붙었다. 프로라이프 의사회가 ‘낙태 죄’ 혐의로 병원과 의사들을 고발하면서 생긴 일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이번 사태로 인해 지금까지 병원에서 비교적 안전하게 인공임신중절을 할 수 있었던 여성들의 상황이 급작스럽게 바뀌어버렸다는 것. 인공임신중절은 여성의 건강과 인생이 직결되어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안전한 중절시술을 받을 수 없게 된 상황에 놓인 여성들은 탁상공론을 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당사자의 목소리보다도 오히려 임신중절시술을 하는 의료진의 입장이나, “낙태는 살인”이라고 주장하는 특정 종교인들의 견해, 그리고 이 문제를 저출산 등 인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