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하의 딸을 만나러 가는 길 (16) 낳은 엄마, 기른 엄마 ② 내가 딸의 새엄마에 대해 신경 쓰기 시작한 건 최근의 일이다. 우리 부부의 이혼 판결이 나기 무섭게 그녀는 전남편과 아이, 그리고 시어머니와 시누이 가족들이 살고 있는 집으로 가방을 싸가지고 왔더란 이야기를 시어머니로부터 들었을 때도 난 시큰둥해 했다. 더욱이 우리가 이혼할 거란 소문이 나자, 자기 때문에 이혼하는 거라며, 자기가 죽어야 한다고 울고불고 했다는 말을 주변 사람들에게 전해 들었을 때도 난 그녀를 탓하지 않았다. 항상 문제의 본질적인 원인은 당사자들에게 있다는 걸 잘 알고 있기에. 동거를 시작한 그들은 몇 달 후 결혼식을 올렸다. 사람들은 이따금 그녀의 소식을 전해주었다. 그래서 난 그녀가 결혼한 지 얼마 안 되어 쓰러진 시어머..
이경신의 도서관 나들이(47) 일에 대한 사색 2 얼마 전, 여고 2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동창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긴 세월동안 얼굴을 보지 못했던 터라 서로 연락이 닿질 않아 모임에 나온 동창은 나를 포함해 6명에 불과했다. 대다수의 여성들이 그렇듯이, 다들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기르느라 분주한 시간들을 보냈다. 그 중 셋은 남편의 경제력에 의존해서 윤택한 생활을 하는 전업주부이고, 나를 포함한 나머지 셋은 자기일이 있어 경제적으로 자립적이지만, 한 친구는 결혼은 했어도 아이가 없고, 나는 결혼뿐만 아니라 육아의 경험도 없었다. 그러고 보니, 그날 동창모임에 나온 우리들 대부분은 직업과 양육의 양자택일 앞에서 결과적으로 반쪽만 챙겼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몸이 아픈 남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