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나에게 귀농이란 2006년 12월, 이곳 괴산으로 내려왔다. 함께 살던 남자친구와 결혼을 했고, 결혼 전 유럽과 아시아의 생태공동체를 여행하면서 막연하게 ‘돌아가면 시골로 가자’ 했다. 물론 아주 현실적으로는, 날로 치솟는 서울의 전세 값을 쫓아갈 수 없었고 재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었던 동네에서 더 이상 살 수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사실 ‘귀농’이란 말은, 낭만의 정서와 아름다움의 이미지가 꽤나 강하다. 아마도 그건 삭막한 도시의 이미지와, 살아가기 퍽퍽하고 고달픈 현실에 대한 대항의 정서가 드러나서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실제 귀농에 있어서 낭만과 아름다움은 스스로 시골 삶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새로운 현재를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따라 채워질 수 있는 것이지, 시골 그 자체가 낭만과 아름다움을 온전히..
‘어른한테 물어보고…애기한테 물어보고’ 농산물 가공 일을 시도해보려고 모인 여성농민교육이 끝났다. 교육을 마치면서 후속작업으로, 법인사업에 대해 의견이 오갔다. 법인을 만들려면 투자를 해야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각자의 의견을 물었다. ‘법인에 참여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 그런데 한 분이 “우리 집 어른한테 물어보고…”라고 말했다. 그러자 다른 한 분이 또 “애기한테 물어보고…” 얘기를 듣다가 참다못해 내가 한마디를 던졌다. “30년 동안 내 쎄빠지게 일했으면서! 그깟 100만원 투자하는데 그 돈도 맘대로 결정 못하요? 그리고 어른은 누구고, 애기한테는 왜 물어봐요. 어머니들이 어른이라구요.” 내 말에 여성농민들은 한바탕 웃으셨지만, 돌아서는 맘은 별로 편치 못했다. 왜냐하면 그것이 현재 여성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