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난 대구녹색소비자연대에서 진행하는 도시농부학교 2기 수강생이 되어 초보 도시농부의 길로 발을 내디뎠다. 베란다에 만든 텃밭 어릴 적 방학 때면 과수원을 하던 시골 할아버지댁에 내려가 개학할 때까지 보냈던 기억이 있어서일까, 아니면 수십 년간 마당에 온갖 채소들을 심어 밥상에 올리셨던 부모님의 영향 때문일까. 어쨌든 내게도 경작본능이 잠재하고 있었는지 도시농부학교를 시작하기 전 두 번의 농사(?) 경험이 있다. 결혼 후 주택에 살기 시작한 그 이듬해 봄, 베란다에 스티로폼 상자로 텃밭을 만들었는데, 그것도 처음부터 욕심만 많아 큰 상자를 8개나 만들었던 기억이 있다. 사전 지식도 없이 그저 심고 싶었던 열무, 토마토, 오이 등 여러 가지를 심었었는데, 몇 달이 지나면서 집을 비우는 일이 잦아지고, 땅..
도시가 잃어가는 것에 대한 사색 얼마 전 빈 화분에 파뿌리를 심었다. 어린 시절 할머니께서 파를 흙에 묻어두고서 필요할 때마다 잘라 쓰시던 일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난 잘라먹고 1cm정도 남은 밑동을 조심스레 흙에 심으면서도 ‘과연 자라긴 할까?’하고 속으로 의심했었다. 하지만 흙이 마르지 않도록 제 때 물주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더니, 내 정성을 알아챘는지 새파란 싹이 살며시 올라오는 것이 아닌가. 지금은 영락없는 파의 꼴을 갖춰 잘라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 파 살 일 없다, 생각하니 마음이 흡족하다. 작은 밭을 가꾸는 꿈 도시에 사는 사람, 특히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 자기 먹을 거리를 스스로 기르는 일은 흔하지 않다. 주말농장을 이용하거나, 단독주택이라면 정원 한 편에서 야채를 키우거나, 아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