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보여행자 베르나르 올리비에의 노년을 엿보며 도서관에서 ‘희망도서’가 종합자료실에 비치되었으니, ‘우선대출’할 수 있다는 연락을 보내왔다. 난 서둘러 도서관을 향했다. 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간이 3일뿐이기 때문이다. 나는 매 달 3권 정도의 책을 신청하고 있다. 읽어보고는 싶지만 내 좁은 서가를 채우고 싶지 않은 책, 하지만 다른 사람들과 함께 보고 싶은 책, 관심은 가지만 구매 확신이 들지 않아 검토해보고 싶은 책 등을 신청한다. 신청 후 책이 도착하려면, 한 달 반에서 두 달 정도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진득하게 기다리는 여유도 필요하다. 이 ‘희망도서신청제도’를 알게 된 지는 3년 정도 되었는데, 좀더 일찍 알았다면, 내 책장의 책이 지금보다 줄어들었을 지도 모르겠다. 저녁 노을빛을 닮은 노년..
이경신의 철학하는 일상 아침마다 창을 여는 습관을 접고, 닫힌 공간 속에 웅크리게 되는 겨울이 오면, 불현듯 뜨개질 생각이 난다. 뜨개질을 잘해서는 아니지만, 그냥 폭신하고 따뜻한 모자, 장갑, 목도리, 스웨터를 뜨는 광경만 떠올려도 마음은 벌써 훈훈해져 온다. 장롱 깊숙이 넣어둔 뜨개바늘과 상자 속에 모아둔 친구의 낡은 티셔츠들을 꺼내 들었다. 작년 겨울처럼 올해도 발판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에서였다. 면 티셔츠를 잘게 잘라 실을 만들고 색깔을 어울리게 배치한 후 실을 연결해 메리야스 뜨기를 하면 나름대로 쓸만한 발판이 된다. 심리적 시간과 물리적 시간의 차이 뜨개질을 하다 보면 시간이 참 잘 간다. 한참 동안 발판 뜨기에 몰두하다 잠시 고개를 들어 시계를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려 놀란다. 아쉬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