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신의 도서관 나들이(16) 왜 지금, 용산참사를 기억해야 하는가? 우리 모두 꽝꽝 얼어붙은 주검 옆에서 고통 받고, 부끄러워하며, 오랫동안 아파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다음 우리가 내릴 역, 또 그 다음 역은 언제나 용산참사역일 것이다. (윤예영, ‘용산으로 이어진 길, 가깝고도 먼’, “지금 내리실 역은 용산참사역입니다”, 실천문학사, 2010) 지난 겨울, 난 두 번 용산에 다녀온 것 같다. 아니, 세 번이었나? 용산은 내게, 매 번 미로 속 같았다. 좀 더 값싼 컴퓨터 부속품들을 찾아 전자상가를 어지러이 헤매고 다녔고, 끼니 때우기에 적당한 음식을 찾지 못해 백화점 식당가에서 이리저리 방황했던 기억이 난다. 몸이 미로에 갇혔던 것처럼 마음도 그 속을 빠져나가지 못했던지, 4호선 용산역을 오르내..
‘윤춘신의 생활문학’ (9) 는 개인의 입체적인 경험을 통해 ‘여성의 삶’을 반추해보는 생활문학 칼럼을 개설했습니다. 필자 윤춘신님은 50여 년간의 생애를 돌아보며 한부모로 살아온 삶 이야기, 어머니와 할머니와 외숙모 이야기, 일터 이야기, 그리고 딸과 함께 거창으로 귀농한 현재이야기를 들려줄 것입니다. -편집자 주 엄마는 서서 밥을 먹는다. 밥 먹을 시간조차 없다는 듯이 국 대접에 말아놓은 밥을 한 숟가락 퍼 넣고 움질거리는 동안 일거리를 찾는다. 몇 번인가를 물었다. 엄마 왜 그래. 무슨 밥을 그렇게 먹어, 라고 물어본 적이 있다. 서서 먹는 밥이 편하다는 엄마가 천덕스럽게 보였다. 논둑에 번지는 개망초 한 움큼을 캤다. 빨간 플라스틱 바구니에 쑥이며 냉이까지 범벅이 되게 캐서 담았다. 실 가닥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