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사월을 기억한다 4. 나의 통증이 보내는 신호 [성폭력 피해생존자의 기록, 너울의 “꽃을 던지고 싶다”가 연재되고 있습니다. 이 글은 첫 번째 칼럼 “꿈을 꾸다: 25년 동안 관통해온 기억을 풀어내며” 편에 이어지는 글입니다. - www.ildaro.com] 해마다 3월, 따스한 봄이 되면 생기를 찾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나의 몸은 말썽을 일으킨다. 매년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보름씩 입원하는 일이 반복이 된다. 불면, 두통, 구토, 심장의 두근거림, 호흡곤란. 매번 증세를 달리하지만 검사 결과는 항상 이상이 없기에, 병원에서는 스트레스성 같다는 말만 들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통제 없이는 견딜 수 없는 통증에 시달리고 불면증이 심해져서 수면제를 처방 받고, 음식을 삼킬 수가 없어서 영양제에 의..
왜 맞았는가? 라는 질문은 어리석고 우습다 2. [칼럼 소개: 성폭력 피해생존자 너울의 세상을 향한 말 걸기, 연재가 계속됩니다. -편집자 주 www.ildaro.com] 사건 하나. 내 기억 속의 첫 번째 폭력 폭력에 대한 기억은 원인이 없이 결과만 남을 뿐이다. 내가 가해자가 아니기에, ‘왜’라는 질문 자체가 너무도 쓸모 없고 어리석은 것이다. 왜라는 질문은 가해자에게는 변명의 여지를 주며, 피해자에게는 또다시 가해지는 학대가 된다. 당신은 왜 맞았는가? 당신은 왜 강간당했는가? 어떠한 사람도 강간당하거나 폭력을 당하고자 하는 의지나 사고 자체가 없기에, 왜라는 질문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그 날의 폭력에 대한 기억 또한 ‘왜’라는 질문이 우스운 것은, 거기엔 어떤 이유(사람들이 말하는 폭력 유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