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이웃이 유방암 수술을 받고 퇴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병문안을 갔다. 암이 진행되어 임파선을 모두 제거했다고 하니, 앞으로 그녀가 겪을 고통이 적지 않을 듯하다. 암이 전이되지 않을까 염려하는 정신적 불안도 힘들겠지만, 임파선이 없어 죽기 전까지 감내해야 할 몸의 불편함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의학적 질병’ 상태와 ‘개인적 통증’ 경험의 간격 일상적으로 몸의 고통을 껴안고 살아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큰 병에 걸려 죽음을 늦추기 위해 불가피하게 겪어내야 하는 고통도 그렇지만, 잔병들로 인한 고통, 혹은 아무런 의학적 질병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당사자를 실제로 괴롭히는 고통도 모두 힘들기는 마찬가지이다. 어릴 때부터 잔병치레를 하며 자라온 내 경우는 어느 정도 몸의 고통에 익숙해져 있다...
‘2009일다 교류모임’ 참가하다 모닥불이 타오르고, 어둠은 조금씩 짙어져 갔다. 남은 사람들은 불가에 모여 앉아 느긋하게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었다. 불 속에서 막 끄집어 낸, 김이 모락모락 나는 고구마와 감자, 그 구수하고 달콤한 맛과 냄새가 선선한 가을 저녁에 온기를 더해 주었다. 이야기 사이사이, 난 말을 잃곤 했다. 마른 나무 가지를 타닥탁탁 태워가며, 몸을 쉴새 없이 키웠다 줄였다 분주한 불길, 그리고 바람 따라 마구 하늘로 날아오르는 작은 불똥들 때문이었다. 불의 움직임에 집중하는 동안, 어느새 잊고 있던 기억들이 의식의 표면 위로 하나하나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모닥불 앞에서 꼬리를 무는 기억들 “수학여행 이후 모닥불은 처음인 것 같은데…” 그렇다. 언제였나. 고등학교 수학여행 마지막 날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