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어감의 운명, 되어봄의 신비 자야, 귀촌을 이야기하다: 25번째 이야기(끝)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낮이면 종종, 앞산에서 울어대는 고즈넉한 뻐꾸기 소리를 들으며 선잠이 들곤 했다. 그런데 이제는, 잠든 기억은 없어도 아득한 꿈 저 너머에서 해일처럼 몰려오는 매미 소리에 깨어 일어나기 일쑤다. 그때마다 채 잠이 가시지 않은 혼몽한 눈을 들어 마당을 내다보면, 뭔가 더 깊고 청아해진 햇살이 거기 있다. 그리고 농익은 포도 향에 취해 비틀거리는 벌들과, 허공에 어지러이 금을 그어대는 잠자리들. 이 모든 것이 내게 가을이 오고 있다고 말해 주는 것만 같다. 여름은 아직 한창이어서, 잠시 동안의 낮잠에도 베갯잇이 흥건히 젖어 있건만. 되어감, 형상 있는 것들의 운명 위의 문장을 써놓고는 게으름에 잠시 미뤄두었다..
[까페 버스정류장] (2) 허둥대지도 허전하지도 않은 시작 ※ 경북 상주시 함창읍 함창버스터미널 맞은편에 있는 “카페 버스정류장” 이야기가 연재됩니다.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머무는 이 까페의 문을 연 박계해 선생님은 “학교를 떠나 산골로 들어간 한 여자의 귀촌일기” 저자입니다. - 여성주의 저널 일다 www.ildaro.com ▲ '카페 버스정류장'이 되기 전 모습. 6년 동안 세가 나가지 않은 애물단지여서 집 안팎이 곰팡이와 먼지로 뒤덮이긴 했어도, 재미있고 독특한 구조를 가진 건물이었다. © 박계해 밝혔다시피 11이라는 숫자를 좋아하는 나는 2011년 11월 11일에 개업해서 11시부터 11시까지 영업을 하겠다는, 나름 멋진 계획을 세웠다. 그래서 시월 초, 집 계약을 마치자마자 서둘러 이사를 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