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야, 귀촌을 이야기하다: 다섯째 이야기 ① 어젯밤 눈송이처럼 소리도 없이 빗방울 몇 개가 떨어지는가 싶더니, 오늘은 소매 긴 옷을 겹쳐 입어야 할 만큼 기온이 떨어져 있다. 잔뜩 흐리지만 비는 내리지 않는 가을 아침. 몸을 움직여 뭔가를 하기에 딱 좋은 날이다. 나는 뒷집 아주머니가 주신 쪽파 구근을 일찍 심기로 하고 밖으로 나간다. 대문을 열자 물기 가득한 흙냄새가 밀려온다. 이런 냄새를 뭐라고 해야 하는 건지. 세상에서 가장 건강한 냄새라 하면 말이 되려나 모르겠다. 빈자리가 커 보이는 아침 바람 스산해지고 사물 사이 여백이 많아지는 가을엔, 사라지고 잊혀져가는 것들에 대한 그리움이 깊어진다. ©자야 쪽파 심을 곳을 정하기 위해 텃밭을 휘휘 둘러보니 어느새 듬성해진 자리들이 눈에 들어온다. 규모가 ..
인터넷 신문 www.ildaro.com 는 2003년 5월 1일 창간한 대안언론입니다. 는 "이루어지다, 되다"라는 의미의 우리 옛말이며 "없던 것이 생기다, 희미하던 것이 왕성해지다, 쓸 것과 못 쓸 것을 가려내다" 등의 사전적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는 여성과 소수자의 시선으로 사회를 비추는 매체로, 다양한 작가와 저널리스트들을 발굴해왔으며, 독자들의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자야, 귀촌을 이야기하다: 넷째 이야기② 손가락을 통해 전해 오는 고양이의 숨은 얕고 가빴다. 겁이 더럭 났다. 뭐야, 이거. 어디 아픈 거 아냐? 그러고 보니 고양이의 엎드린 자세가 정상은 아닌 것 같았다. 다리 관절이 비틀리거나 꺾인 것처럼 어딘지 모르게 불편해 보였다고 할까. 나는 부엌에 들어가 몇 개의 다시멸치를 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