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야, 귀촌을 이야기하다: 셋째 이야기② 그녀가 내 몸을 마사지하기 이전에 나는 이미 내 몸에 그런 덩어리가 있음을 알고 있었다. 인도 요가학교에서 공부하던 시절, 수련을 하다가 특정 아사나(자세)를 취했을 때 배꼽 근처에서 그것이 만져진 것이다. 처음엔 그저 뱃가죽이 굳었는가 싶었다. 하지만 여러 번에 걸쳐 주의 깊게 탐색해 보니 단지 겉이 딱딱한 정도가 아니었다. 뱃살 아래 단단하게 자리한 그것은 흡사 밥사발을 엎어놓은 모양으로, 반경이 상당히 넓을 뿐 아니라 끝을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배 안쪽 깊이 뻗어 있었다. 나는 혹시나 해서 몇몇 학생들에게 같은 아사나를 취하게 한 후 손으로 직접 그들의 배를 만지며 확인했지만 누구에게서도 그런 덩어리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에 당혹해 하는 나와 달리 인도인 친..
자야, 귀촌을 이야기하다: 몸과 소통하기①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대기가 불안정하단다. 그래서일까. 요즘은 하루에도 12번쯤 날씨가 변하는 것 같다. 오늘은 정도가 더 심하다. 거칠고 둔탁한 빗소리에 깨어난 게 분명한데 화장실에 갔다 오니 창밖으로 말간 햇살이 비추고, 그 틈에 마당에 나가 깻잎이며 고추며 방울토마토를 따서 아침상을 차리는데 다시 빗방울이 듣는 식이다. 오락가락 하던 비가 마침내 물러난 건 정오 무렵. 나는 챙 넓은 밀짚모자를 눌러쓰고 몇 뼘은 높아진 하늘 아래 환한 햇살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언제 또 날씨가 변할지 몰라 조급한 나의 마음과는 달리, 길 위에 있는 모든 것들, 나무와 풀과 돌담 사이 핀 꽃과 심지어는 슬레이트 지붕 위에 누워 있는 고양이들조차도 얄미울 만큼 느긋하고 여유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