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창문을 열어도 이젠 춥기보다는 시원하게 생각되는 계절이 되었다. 어제 아침, 활짝 창문을 열어놓고 아침 식사를 즐기고 있는데 아파트 단지 바로 옆 초등학교에서 마이크가 켜졌다. 학교 담장을 타고 음악과 함성과 구령소리가 뒤섞여 들려오기 시작했다. “맞아, 아이들이 오늘 운동회라고 했지!” 다른 소음들처럼 시끄럽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도리어 나도 한번 나가보고 싶은 마음이 슬며시 고개를 들었다. 할 일을 쌓아 놓고 갈 수 없다고 핑계를 대 보지만, 운동회를 하는 아이도 없고, 누구한테 초대를 받은 것도 아닌 상황에서 그곳을 기웃거릴 수 없다는 게 더 솔직한 이유다. 그러고 보면, 운동회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 건 난생 처음 느끼는 감정인 것 같다. 나는 초등학교 6년 내내 단 한번도 운동회를..
모든 노동자가 다 힘들다, 과연 그럴까 요즘 회사 다니는 친구들로부터 근심 어린 목소리의 전화를 자주 받는다. 하나 같이 친구들은 자신의 진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과연 회사에서 내 위치는 무엇인가, 그리고 어떻게 앞으로 살아야 할까? 이런 고민들 말이다. 회사에서 인정 받기 위해 소위 ‘악바리’처럼 자신의 삶을 바쳐 왔던 그녀들이다. 혹자는 그녀들을 ‘명예남성’이라 말할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그녀들을 그렇게 부르고 싶지 않다. 가부장적 자본주의 사회의 극심한 경쟁 속에서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살아 남아서 다른 여성들에게도 희망을 주고 싶어했던 그녀들이기에. 그러나 요즘 나의 그 열정적인 친구들은 지쳐가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사람들은 악화되어온 경제상황 때문에 기업들이 모든 노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