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쓰는 ‘혼밥’의 서사 홀로 밥 먹는 즐거움 ※ , 을 집필한 김혜련 작가의 새 연재가 시작됩니다. 여자가 쓰는 일상의 이야기, 삶의 근원적 의미를 찾는 여정과 깨달음, 즐거움에 대한 칼럼입니다.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1. 어느 날의 밥상 아침에 밭에서 오이를 딴다. 지지대에 매달려 여기저기 달려있는 오이들이 햇살을 받아 푸르게 반짝인다. 오이는 온몸에 뾰족한 가시를 종종종 달고 있어 찔리면 제법 아프다. 꼭지를 가위로 조심스럽게 자른다. 잘린 꼭지에서 쓰윽 푸른 액이 돋는다. 밭 모서리 쪽에는 호박이 숨어 있다. 커다란 호박 잎 사이를 들추면 숨바꼭질하다가 들킨 아이 모양 동그랗고 귀여운 애호박이 얼굴을 내민다. ▶ 잎 아래 숨어 있는 애호박들. ⓒ김혜련 오이 두 개, 호박 하나를 따서 부엌으로 들..
“삶을 대면하지 않고는 평화를 찾을 수 없어요” 디 아워스(The Hours) ※ 필자 소개: 지아(知我)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공연을 만드는 사람입니다. 영화칼럼을 비롯해 다양하고 새로운 실험으로 전방위적인 글쓰기를 하고 있습니다. 페미니스트 저널 # 강물 속으로 들어가는 버지니아 울프 “그녀 때문에 자살 충동을 이길 수 있었어요. 돌을 호주머니에 잔뜩 넣은 채 강물로 혼자 걸어 들어가던 버지니아 울프의 모습이 다시 살아갈 힘을 주더군요.” 글쓰기 수업에서 만난 한 여성은 ‘울프’라는 닉네임을 사용했다. 자살하고 싶은 생각이 일 때마다 영국의 작가 버지니아 울프가 강에 빠져 죽으려고, 호주머니에 돌을 넣는 모습을 떠올렸다고 했다. 역설적으로, 그 장면은 그녀를 살아가게 했다. 강바닥에 완전히 가라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