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에게 침묵과 용서를 강요하지 않는 공동체『사랑하는 고양이가 죽은 날』이 가르쳐주는 것 고양이 함푸스가 죽었다. 함푸스가 옆집 지하실에 쓰러져 있었다. 어른들 이야기로는 차에 치인 채 지하실에 들어갔고, 거기서 생을 마감한 것 같다고 했다. 함푸스를 잃은 아이는 심장이 쾅쾅 뛰었다. 슬플 것 같은 도입부 내용이지만, 나는 용기가 필요할 때 이 책을 꺼내게 된다. 『사랑하는 고양이가 죽은 날』은 작은 섬마을에 일어난 고양이 사망 사건의 범인을 찾고, 애도하는 과정을 담은 그림책이다. 그뤼 모우르순 글 그림, 한주연 역 『사랑하는 고양이가 죽은 날』(원제: Tre Biler Og En Dod Katt) 찰리북, 2017 고양이의 죽음, 범인을 찾아 나선 아이들 사고 이후, 아이와 친구들이 모였다. 올레모..
팬픽의 퀴어한 진화, 퀴어페스④ 퀴어팬덤의 케이팝 서사놀이 케이팝 아이돌이 세대를 거치며 변화한 모습을 드러내고 ‘퀴어함’(Queerness)을 차용하는 경우도 생기기 시작했다면, 팬덤 역시 변화를 거쳐오고 있다. 팬픽도 마찬가지다. 단지 동성애 서사를 다루는 RPS(Real Person Slash, 알페스)가 아니라, 더 많은 다양한 퀴어함을 다루는 ‘퀴어페스’가 등장한 거다. 팬픽과 알페스(RPS) 모두 아이돌 멤버들을 엮는 ‘커플링’을 기반으로 한 연성이 기본이다. 팬픽이 소설 형식을 띈다면 알페스는 ‘썰’이라 불리는 짧은 글부터 긴 글, 그림, 영상, 소설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요즘은 알페스가 통용적으로 쓰인다. 퀴어들의 서사 놀이, 퀴어페스 두 번째 세미나에서 퀴어페스 팬픽들을 소개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