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아이들을 통해 배운 권리의식 아이들은 내게 많은 말과 질문을 한다. “선생님, 생각이 안 나요!” “오늘은 저희가 일찍 왔으니까 일찍 끝나나요?” 등등, 지나면 기억도 잘 나지 않는 온갖 요구 사항들 앞에 나는 이렇게 대답하곤 한다. “너희들은 ‘생각 안 나요’라고 말할 권리가 없어. 이 수업은 생각하는 공부니까, 생각날 때까지 열심히 생각해라!”, 또 “그럼! 5분 일찍 시작하니까, 너희들은 5분 일찍 끝내달라고 할 권리가 있어.” 등등. ‘권리가 있다’, 또는 ‘권리가 없다’라는 말을 아이들이 잘 이해하는 건 아니다. 그래도 나는 아이들이 이해하든 말든 그렇게 말하곤 한다. 또, 이렇게 말하는 것이 재미있다. 이 표현은 프랑스에서 아이들을 통해 배운 것이다. 시민권을 쟁취하기 위해 피 흘린 조..
‘윤춘신의 생활문학’ (8) 는 개인의 입체적인 경험을 통해 ‘여성의 삶’을 반추해보는 생활문학 칼럼을 개설했습니다. 필자 윤춘신님은 50여 년간의 생애를 돌아보며 한부모로 살아온 삶 이야기, 어머니와 할머니와 외숙모 이야기, 일터 이야기, 그리고 딸과 함께 거창으로 귀농한 현재이야기를 들려줄 것입니다. -편집자 주 출렁대는 양은주전자 주둥이로 막걸리가 찔끔거린다. 흙먼지 내려앉은 무릎을 타고 종아리를 거친 막걸리가 고무신에 고인다. 양조장 지붕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뛰다시피 걸었다. 땟국물이 흐르는 찐득거리는 검정 고무신에 한 모금 나도 한 모금. 신작로 한길 가에 엉덩이를 깔고 앉아 양은주전자를 내려놓고 쉬어가는 참이다. 고무신 가득 흙을 퍼 담아놓고 땅바닥에 그림을 그렸다. 왕자표 운동화에 새겨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