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ver the rainbow’ 인터뷰칼럼(8) ‘인터뷰칼럼’이라는 독특한 형식으로 동성애자 여성의 기록을 담은 ‘Over the rainbow’ 코너를 통해, 필자 박김수진님이 가족, 친구, 동료,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레즈비언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줄 것입니다. 이 칼럼은 격주로 연재됩니다. -편집자 주 [인터뷰 칼럼]의 여덟 번째 손님은 지훤님입니다. 지훤님은 저와 한국레즈비언상담소 활동을 함께해왔던 동료입니다. 2005년에는 상담소 간사로 활동했지요. 지훤님을 만나고 관계를 맺어온 지도 벌써 7년이 되었네요. 제 기억 속의 어린 지훤님은 대학생이었고, 진로와 연애에 대한 고민으로 미간에 약간의 주름을 잡고 다니던 진지한 사람이었습니다. 성격 유형을 아홉 가지로 구분하는 에니어그램을..
봄이 올 것 같지 않은 길고 긴 겨울이었다. 3월, 4월이 되어도 쉬이 물러나주지 않던 추위가 언젠가 싶게 날이 풀렸다. 이런 봄날을 즐겨야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전에 몸이 먼저 들뜨고 설렌다. 햇살 맑은 오후, 하천변으로 오랜만에 산책을 나섰다. 지난 가을 이후 처음이다. 개나리들은 어느새 노랗게 사태를 이뤘고, 벚꽃도 곧 꽃망울을 터뜨릴 기세다. 그러다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아니 한 번도 기억 속에 존재하지 않았던 그날의 기억이 불현듯 떠오른 건 하천 둑에서 봄나물을 캐는 아주머니들을 발견하고 나서였다. 환하게 부서지는 봄볕 아래는 나물을 캐고 계신 분들이 제법 많았다. 그들을 보자 나도 발밑으로 눈이 갔다. 이름 모를 싹들이 분주하게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아주 어렸을 때, 이런 봄날이면 나도 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