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여성, 숨은 그림 찾기(4) : 최규석 만화 『울기엔 좀 애매한』 2011년 벽두에 잠시 길을 잃었다. 과연 나는 무얼 하고 있나, 이기심으로 똘똘 뭉쳐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지금까지처럼 이 길을 갈 수 있을까 갑자기 자신이 없어졌다. 너무 달린 탓이다 싶어 다 내려놓았을 무렵 지인으로부터 선물 받은 책이 『울기엔 좀 애매한』이라는 만화였다. 작가 최규석은 어느 매체에도 연재하지 않고 단행본으로 이 책을 내놨다고 했다. 게다가 비싼 물감과 종이를 구입해 선화 작업을 한 뒤 일일이 수채화로 채색을 해 완성했단다. 그래서인지 여느 만화책과는 좀 달라보였다. 한 마디로 ‘만화책 같지 않은 만화책’을 선보이고 싶었다는 것이 작가의 포부였다. 만화에 대한 선입견을 불식하고 학생들이 책상 위에 당당하게 놓아둘 ..
고윤정의 멘토 찾기(3) 문화인류학자 송제숙 일촌과 이웃이 난무하는 시대다. 자기 운동화 꼭지에 내려앉은 똥파리 사진까지 페이스북으로 소중히 공유하고, 데이트 외식 메뉴와 헤어스타일까지 꼼꼼히 카톡으로 지도 받을 만큼 우리는 ‘친구’를 쉽게 만나고 많이 나누고 있다. 그런데도 왜 우리는 외로운 걸까. 소소한 수다까지는 흥겹게 맞장구치나 뭔가 암울하고 의미심장한 글에는 답글 달기 망설여진다. 타인의 부정적 에너지를 공유하고 싶지 않은 이유도 있겠지만 ‘무슨 일 있어?’ 혹은 ‘힘 내’ 말고는 뭐라고 해야 할지 적절한 어휘를 찾지 못한다. 반대로 무언가를 시도하는 사람에게 ‘잘 할 수 있어’, ‘화이팅’ 외 진심어린 리액션을 전달하기 어렵다. 어쩌면 우리는 과도한 네트워크에 갇혀서 인적 자본으로써 친구 쌓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