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은혜의 페미니즘 책장(7) 엘리자베스 바댕테르「만들어진 모성」 신경숙의 소설 에는 ‘일생이 희생으로 점철되다 실종당한’ 엄마가 등장한다. 소설의 말을 그대로 옮기자면 주인공 화자인 ‘너’에게 엄마는 처음부터 엄마였다. 엄마도 자신과 같이 첫걸음을 뗄 때가 있었다거나 열두 살 혹은 스무 살이 있었다는 것을 생각조차 해 보지 않았던 ‘너’는 온전히 자신을 위해 헌신한 엄마를 영영 잃어버리고 나서야 비로소 엄마도 ‘내 엄마’가 아닌 한 여자일 수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뒤늦게 그 사실을 통감하고 오열하는 주인공과 함께 나도 책장을 부여잡고 엉엉 울었다. 한참 울다 문득 생각났다. 마음 한 구석에서 해결되지 않고 불편하게 남아있는 무언가가. 그것은 바로 은연중에 고착된 ‘엄마’의 이미지라는 것이었다. ..
展 열린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주최로 열리는 성폭력생존자말하기대회가 8회를 맞이한 올해, 이번에는 ‘비언어적인 방법으로 말하기’를 선택했다. 12월 1일부터 6일까지 공간 루 정동갤러리에서 열리는 라는 제목의 시각예술전시가 그것이다. ▲ 展 © 사진- 한국성폭력상담소 성폭력, 미술로 말하기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생긴 깊은 상처로 인해 암울한 삶을 사는 무기력한 ‘희생자’가 아니라, 자신의 상처를 바로 볼 수 있는 용기를 가지고 그 감정들을 마주하고 스스로 극복해가는 성폭력 ‘생존자’들의 ‘말하기’는 그동안 끊임없이 진화해왔다. 초기에는 ‘직접 말하기’의 방식이었다. 그 후 생존자의 이야기를 듣고 뮤지션이 음악을 만드는 방식을 거쳐서, 참여자 스스로 노래를 만들고, 영상과 연극, 퍼포먼스 등 다양한 창작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