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날들 집과 길, 사람과 풍경, 몸과 마음을 잇는 삶 또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 이 책은 자연의 흐름을 따라 살아가며 자연을 닮아가는 사람의 모습과 그 여정을 담고 있다. 읊조리듯 졸졸졸졸 흘러나오는 작가 특유의 문체는 읽는 이들을 조용히 주목시키고, 마음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들어보도록 돕는다. 작가의 나직한 목소리는 어린 시절부터 형성되어 우리 안에서 “말없이 웅크리고 있”을 어린 아이를 토닥토닥 다독이며 위로한다. 또, 자연과 야생에 대해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도시에서 형성된 공포의 이미지나 편견이 조금씩 허물어지고, 그 사이로 평화로운 기운이 스며들기 시작한다. “그러므로 나는, 우리는, 당분간 이대로 살기로 한다. 가진 것 없고 아직은 변변한 계획조차 없지만, 왠지 올 한 해도 잘 지낼 수 있..
아니 에르노 “남자의 자리” 여성들의 이야기를 듣고 읽고 쓰는 사람, 안미선이 삶에 영감을 준 책에 관해 풀어내는 “모퉁이에서 책읽기”. 이 칼럼은 한국여성민우회 블로그 ‘민우트러블’에도 공동 게재됩니다. www.ildaro.com 아버지의 경기장 우리 아버지는 김연아 선수를 좋아한다. 마흔이 된 나는 일흔이 넘은 아버지 옆에서 텔레비전을 본다. 퇴직을 한 아버지에게 텔레비전은 한 세상이다. 소치올림픽 중계를 밤새 보고 낮에도 채널을 바꾸어가며 보고 또 본다. 벽에 걸린 액자 속에는 젊을 때 아이들과 찍은 가족사진이 있다. 이제 집을 사느라 진 빚을 갚지 않아도 되고, 학비며 부양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아버지는 노년의 시간을 보낸다. 다리는 걷기 불편해지고 혈압약을 먹어야 하지만 아버지에게는 소중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