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치지 못한 편지 – 소중한 내 친구에게 사이바라 리에코 “여자 이야기” ※ 여성들의 이야기를 듣고 읽고 쓰는 사람, 안미선이 삶에 영감을 준 책에 관해 풀어내는 연재. 한국여성민우회 블로그 ‘민우트러블’에도 공동 게재됩니다. ▣ 일다 www.ildaro.com 우리를 기억하는 나무에게 서영 씨, 미안. 그리고 보고 싶어. 지나간 것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편지를 쓰게 되었어. 다시 가보지 않는 곳은 세상에 없는 곳이지. 나는 안 갈 거고, 그건 서영 씨도 그럴 거야. 우리가 살았던 그 아파트 기억하지? 암, 기억할 거야. 난 장담해. 서영 씨도 나처럼, 그 아파트의 낡은 현관이며, 냄새 나는 엘리베이터며, 난방이 잘 안되어 늘상 춥고 습하던 방들을 샅샅이 기억할 거라고. 그..
‘성공’ 서사가 아닌 ‘고통’의 서사로서의 가족사 Elijah Blake – 6 블럭(bluc)님은 음악평론가이자 음악웹진 웨이브(weiv) 운영진입니다. ▣ 일다 www.ildaro.com 불행한 어린 시절을 드러내는 힙합음악 힙합 음악에서 자신의 불행한 가정사를 드러내는 가사는 흔히 볼 수 있다. 많은 래퍼가 부모 중 한 사람의 부재, 가난이나 환경의 어려움 등 ‘이렇게 밑바닥에서 자랐다’는 내용의 가사를 쓴다. 불우한 과거는 곧 자신의 시작점이 바닥이라는 것을 말하며, 이후 ‘여기까지 왔다’는 성공을 부각하며 스스로 이뤄낸 것들의 대단함을 이야기한다. 가족은 한 개인의 입신양명에 짐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른바 ‘자수성가’ 서사에서 말하는 과거는 은연중에 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