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 국어 선생들이 말하는 ‘요즘 학교 어떤가요’③ 이제껏 국어 시간에 만난 시인들을 한 명씩 불러보자. 윤동주, 백석, 이육사, 김소월, 한용운, 박목월, 박두진, 유치환, 이용악, 서정주…. 익숙한 호명에 몇몇은 얼굴까지도 또렷이 떠오른다. 그들은 국어교육 내에서 더는 도전받지 않는 뚜렷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그들의 위상은 너무도 확고하여 일견 깊은 해자와 웅장한 산세로 둘러싸인 견고한 성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데, 문학사적 업적이나 지명도 외 그들의 공통점을 찾아보라고 하면 선뜻 떠오르지 않을 것이다. 숨 쉬듯 익숙한 것이라 그런지도 모른다. 바로 작가의 성별이다. 전부 남성인데, 왜 학창 시절에는 이러한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의아할 정도다. ▲ 학생들이 국어교육을 통해 만나게 되는 시..
‘마중물샘’(최현희 교사의 별칭)의 단독저서가 나왔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막연히 페미니즘 교육을 주제로 한 것 아닐까 예상했는데 ‘회복 일지’라는 부제를 보고 더욱 반가우면서 한편 만감이 교차했다. 2017년 최현희 선생님은 학교 운동장을 남학생들이 전유하고 있는 문제를 말하며 페미니즘 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인터뷰했다. 그 영상이 온라인에 퍼지며 비난과 공격에 시달렸고, 몇몇 언론사의 허위보도가 더해져 혐오 세력으로부터 민원과 고발을 당하기에 이른다. 당시 나와 주변인들은 안타까운 마음으로 사건을 지켜보며 ‘#우리에게는_페미니스트_교사가_필요합니다’ 해시태그 운동이나 관련 청원 캠페인 참여 등으로 희미하게나마 ‘연대’하고자 했다. 그리고 우리는 각자의 일상을 살아갔지만, 최현희 선생님은 몇 년간 무너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