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를 꿈꾼다[머리 짧은 여자] 지하철 24시간 운행 소식을 접하며 ‘지루함을 견딜 수 있는 몸인가?’ 정규 교육과정만 착실히 밟아왔어도 충분히 증명할 수 있는 조건이었다. 내 이력이 문제였다. 면접관은 나에게만 단순반복 업무가 가능할지 두 번이나 물었다. 이력서상의 내 모습은 너무나 활동적이고 사람 만나기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일자리를 얻기 위해 내가 얼마나 지루함을 잘 견딜 수 있는지 어필해야하는 이상한 광경이 연출됐다. “쉬는 날 집에 박혀 있는 걸 가장 좋아하고, 리드하기보다 서포터 역할이 더 편하고….” 주절주절 떠들어댔지만 결국 면접에서 시원하게 떨어졌다. 아쉬움은 없었다. 사실 단순반복 업무가 잘 맞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그나마 일하는데 있어서 노동법에 위배되지 않게 조건을 다 맞춰주..
성추행 가해자 ‘당신’에게 보내는 편지[머리 짧은 여자, 조재] 딸 같아서 그랬다고요 솔직히 말하겠습니다. 저는 언젠가 이런 일이 터질 거라고 진작부터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당신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눈치지만…. 그런데 당신이 저에게 탄원서를 써달라고 부탁하고 있으니 이게 얼마나 우스운 일입니까. 평소에 느낀 대로만 써주면 된다니…. 제가 평소에 느낀 대로 탄원서를 쓴다면 아마 당신의 형량이 훨씬 더 늘어날지도 모를 일입니다. 아동 성추행으로 형사 고발을 당하셨다고요. 아이 부모님과는 ‘그런 게 아니다’ 잘 이야기가 됐지만, 형사재판으로 넘어간 일이라 탄원서가 필요하다고 당신은 말했습니다. 당신이 쓴 입장문은 솔직히 어이가 없었습니다. ‘격려차’, ‘아이가 통통해서’ 이런 걸 적은 입장문이 법정에 그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