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져 마땅한 세상을 다시 쓰는 법[페미니스트의 책장] N. K. 제미신 『다섯 번째 계절』 ‘이 점을 명심하라. 한 이야기의 끝은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 모든 일은 전에도 있었던 일이다. 사람은 죽는다. 옛 질서는 무너진다. 새 사회가 탄생한다. “세상이 끝났다”라는 말은 대개 거짓말이다. 왜냐하면 행성은 변함없이 존재하기에. 하지만 이것이 바로 세상이 끝나는 방식이다. 이것이 바로 세상이 끝나는 방식이다. 이것이 바로 세상이 끝나는 방식이다. 완전히.’ 여기 ‘네’가 있다. 너는 한 세상의 종말을 마주한다. ‘고요’라는 이름을 가진, 소란스럽고 흔들림이 끊이지 않는 대륙을 본다. 이 종말의 시작에 있는 어느 죽음을 본다. 사실 어느 죽음은 하나가 아니다. ‘너’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은 이 세상이고..
불확실한 미래를 항해하는 여성들[페미니스트의 책장] 김초엽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내 사연을 아는 사람들은 내게 수십 년 동안 찾아와 위로의 말을 건넸다네. 그래도 당신들은 같은 우주 안에 있는 것이라고. 그 사실을 위안 삼으라고. 하지만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조차 없다면, 같은 우주라는 개념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김초엽의 소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에서 폐쇄된 우주 정거장을 철거하기 위해 찾아온 한 남자에게, 그곳을 지키며 수십 년째 살고 있던 노인 ‘안나’가 던진 말이다. 안나가 학회에서 냉동 수면 기술의 완성을 발표하던 날,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슬렌포니아 행성으로 가는 항로는 끊겼다. 가족들이 이주해 살던 슬렌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