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귀신이 돌아온다 춘향의 딸들, 한국 여성의 반쪽짜리 계보학 ※ 여성들의 이야기를 듣고 읽고 쓰는 사람, 의 저자 안미선의 연재 칼럼입니다. 귀신이 되어 하소연하는 자매 © 김별아 저, 권문희 그림 (창비, 2003) 표지 어릴 때 읽은 은 낯설고 무서웠다. 계모가 전처의 딸들이 마음에 안 들어 물에 빠져 죽게 만들었다거나, 쥐의 껍질을 벗겨 이불 속에 밀어 넣고 처녀가 낙태했다고 모함하는 장면들은 괴기스러웠다. 고전 동화라고 버젓이 읽으면서도 명색이 엄마라는 사람이 전처 소생이라는 이유로 서슴없이 딸들을 죽이려 들고, 처녀가 아니라는 것을 결정적인 모함의 증거로 삼아 딸들이 그 아버지에게 버림받게 한다는 설정이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다. 가부장의 관심과 자원을 독차지하기 위해 일어나는 여자들 간의 경..
“내 것도 있어요?” 광기어린 ‘하녀’의 외침 영화 “하녀”와 김원의 “여공 1970” ※ 여성들의 이야기를 듣고 읽고 쓰는 사람, 의 저자 안미선의 연재 칼럼. “내 애는 죽건 말건 자기 애만 귀엽단 말이군요… 내가 바보예요. 왜 내 애만 죽여야 되는지 모르거든요.” –영화 의 대사 왜 (김기영 감독, 1960)를 인상 깊게 보았는지 생각해보았다. 그것은 드라마가 주는 즐거움 때문이었다.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숨죽여야 하는 욕망들이 뻔뻔스럽게 전면에 나설 때 나오는 말들의 충격. 점잖은 대화에서 결코 하지 않을 말들의 솔직함과 편협함. 그 편협함이 가리키는 진실의 풍경이 좋다. ▲ 김기영 감독의 1960년작 . 한국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작품으로, 배우 이은심의 연기도 전설로 남았다. 김기영 감독의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