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신의 도서관 나들이(47) 일에 대한 사색 2 얼마 전, 여고 2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동창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긴 세월동안 얼굴을 보지 못했던 터라 서로 연락이 닿질 않아 모임에 나온 동창은 나를 포함해 6명에 불과했다. 대다수의 여성들이 그렇듯이, 다들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기르느라 분주한 시간들을 보냈다. 그 중 셋은 남편의 경제력에 의존해서 윤택한 생활을 하는 전업주부이고, 나를 포함한 나머지 셋은 자기일이 있어 경제적으로 자립적이지만, 한 친구는 결혼은 했어도 아이가 없고, 나는 결혼뿐만 아니라 육아의 경험도 없었다. 그러고 보니, 그날 동창모임에 나온 우리들 대부분은 직업과 양육의 양자택일 앞에서 결과적으로 반쪽만 챙겼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몸이 아픈 남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
이경신의 도서관 나들이(46) 완벽주의의 경계 언젠가부터 나는 잘 알지 못하는 곳을 찾아가는 동안에도 ‘길을 잃지 않을까?’하는 불안이나 두려움이 없어졌다. 그렇다고 나의 공간 지각력이나 방향감각이 좋아졌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길을 잃고 헤매는 것에 담담해졌다고 해야 할까? 아니, 길을 찾아 방황하는 것이 재미나고 즐거웠다. 우연히 만난 이름 모를 길들, 익숙지 않은 풍경들이지만, 내가 가고자 했던 곳보다 더욱 강렬한 기억으로 남기도 했다. 때때로 의식의 표면 위로 불쑥 떠올라 삶에 빛깔을 더해줄 때면 길을 잃은 행운에 감사한다. 가끔 목적지도 없이 낯선 길을 일부러 배회하는 것도 이런 놀라운 경험 때문이다. 길 찾기와 닮은 우리 삶 내가 살아온 방식, 살아가는 방식도 길을 찾아가는 방식과 비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