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우산을 고치며 ‘하늘을 나는 교실’의 필자 정인진님이 프랑스의 서북부 브르타뉴 지방에서 머물면서 보고 느낀 것들을 기록한 ‘브르타뉴에서 온 편지’ 연재 www.ildaro.com ▲ 고등어 통조림 뚜껑을 이용해 망가진 우산을 수리했다. © 정인진 우산을 직접 수리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건, 불현듯 오래 전 우산살을 고쳐주셨던 아버지가 생각난 직후였다. 양철조각을 가위로 잘라 부러진 우산살을 감싸 쥐듯 덧대니, 어디가 망가진 부분인지 어린 나로서는 구분이 가지 않았다. 그것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표정은 무척 만족스러워 보였다. 그런데 고친 우산을 자랑스럽게 어머니께 보여드렸다가, 칭찬은커녕 “궁상스럽게 그게 뭐냐!”는 핀잔을 주셨고, 이에 실망한 아버지는 그 뒤로 다시는 우산을 고치지 않았다. 나 또한..
여성주의 저널 일다 www.ildaro.com 19. 들풀 보기를 화초와 같이 하라 ‘하늘을 나는 교실’의 필자 정인진님이 프랑스의 서북부 브르타뉴 지방에서 머물면서 보고 느낀 것들을 기록한 ‘브르타뉴에서 온 편지’ 연재 www.ildaro.com 가을날 아삐네 호수 산책하기 브르타뉴의 짧은 여름이 끝나고 가을로 접어들자, 아삐네(Apigne) 호숫가 모래사장도 한산해졌다. 물놀이 나온 사람들은 모두 떠났다. 호숫가를 산책하거나 조깅하는 사람들이 드문드문 눈에 띌 뿐, 아삐네는 다시 들오리나 갈매기 같은 물새들이 차지했다. 이곳은 물새들이 주인인지도 모르겠다. 자유롭게 물가를 헤엄쳐 다니는 새들을 보자, 들떴던 7~8월의 기분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평안한 마음이다. 10월로 접어들면, 브르타뉴는 햇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