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서도 직장에서도 ‘우연히’ 살아남았다 이토록 무방비한 산업재해 사회 ※ 질병을 어떻게 만나고 해석할 지 다각도로 상상하고 이야기함으로써 질병을 관통하는 지혜와 힘을 찾아가는 연재입니다. 페미니스트 저널 그는 공장에서 일했다. 대학생이었지만 ‘노동현장’을 배울 수 있다며 좋아했고, 월급으로 활동비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몇 달 뒤, 안전장치가 없는 기계 앞에서 일하던 그는 감전됐다.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공장 사장은 그의 유족에게 ‘보상금을 노리고 죽은 거 아니냐?’고 했다. 나는 그의 죽음도 믿을 수 없었지만, 공장 사장의 말도 믿을 수 없었다. 내가 처음으로 본 자본주의의 맨얼굴이었다. 나를 포함한 동지들 모두 마음 한 켠에 깊이 묻어 둔 그의 죽음, 20년도 더 된 일이다. ▶ 안전장치가..
내가 꿈꾸는 ‘죽음’ 죽어가는 과정을 온전히 살 수 있길 ※ 질병을 어떻게 만나고 해석할 지 다각도로 상상하고 이야기함으로써 질병을 관통하는 지혜와 힘을 찾아가는 연재입니다. 페미니스트 저널 # ‘나의 죽음’을 생각해보는 이유 이른 아침, 이슬 흔적이 확연히 남아 있는 텃밭. 습한 느낌이 오히려 청량감으로 다가오는 시간이다. 확연한 흙냄새와 오이순을 지를 때마다 피어나는 풋내음이 숨 쉬는 게 기분 좋은 일임을 확인시켜준다. 들풀을 뽑고, 몇 가지 씨앗을 추가로 심은 뒤, 텃밭의 숨길과 물길이 잘 흐르도록 가벼운 호미질을 한다. 그렇게 두어 시간 텃밭에서의 노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잠시 눕는다. 그제서야 여기저기 가벼운 뻐근함이 감지되고, 몸의 모든 뼈와 근육은 기다렸다는 듯 일제히 바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