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사용에 대한 자기결정권 ‘시간 빈곤’에 관하여 ※ 질병을 어떻게 만나고 해석할 지 다각도로 상상하고 이야기함으로써 질병을 관통하는 지혜와 힘을 찾아가는 연재입니다. 페미니스트저널 바로가기 “왜 그리 바빠?” 사람들과 일정을 정할 때마다, 나는 안 돼는 날이 많다. 그들은 내가 다시 많은 일을 하며 지내는 건 아닌지 염려하지만, 전혀 그런 건 아니다. 나도 이따금 의아했다. 출퇴근을 하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까지 시간 빈곤에 시달리는지. 이제 더 이상 일상적으로 병원에 가느라 시간을 많이 쓰는 것도 아니고, 예전만큼 매일 여러 보조치료법을 하지도 않는다. 누워있는 시간도 예전에 비해 현저히 줄었다. 그런데도 늘 시간이 부족하다. 올 한해 극장 한번 간적 없고, 이따금 시집을 읽는 것 외엔 소설을 마..
질병은 삶에 대한 배신이 아니다 아픈 몸과 사는 ‘마음’ ※ 질병을 어떻게 만나고 해석할 지 다각도로 상상하고 이야기함으로써 질병을 관통하는 지혜와 힘을 찾아가는 연재입니다.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블랙홀 같은 몸의 시간이 찾아올 때 비가 잦은 계절. 건설노동자도 아닌데 비 내리는 날은 하루를 공친다. 현기증이 심해지고 몸도 유난히 무거워진다. 특히 맑은 날씨에서 흐린 날씨로 옮겨가며 기압 변화가 심한 날은 몸도 따라 변덕을 부린다. 이런 날은 많은 시간을 누워서 보내게 된다. ▶ 한번씩 정지되는 시간 ⓒ원본: Pixabay 어떤 날은 비가 오지 않는데도 책 한 페이지 읽는 게 너무 더디다. 읽은 곳을 읽고 또 읽는다. 마치 뇌주름에 해파리라도 붙어있는 듯 뇌가 개점폐업 상태 같다. 휴대폰을 집어 들었는데..